지난 20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제과업체 관계자들이 패널로 출연한 이날 62회 ‘과자’편이 대기업 제품을 홍보하는 데 그치고 평소 소비자들의 불만에 대한 각 사의 입장을 대변하기 바빴다는 비판이다. 숨은 맛 집에 깃든 이야기와 음식의 역사를 공유한다는 프로그램의 애초 의도에서 벗어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날 방송에는 국내 3대 제과업체로 꼽히는 기업 관계자들이 패널로 출연해 이들 업체에서 생산하는 과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MC 신동엽과 전현무를 비롯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요리연구가 홍신애, 개그우먼 홍윤화 등은 평소 좋아하는 과자와 이에 깃든 추억 등을 꺼내놨다. 이어 업체 관계자들은 시중과자 더 맛있게 먹는 법, 공장에서 막 생산된 과자의 맛 등을 설명하기 바빴다.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은 일명 ‘1조 클럽 과자’ 중 자사의 과자가 호명될 때마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품귀현상을 빚으며 ‘허니맛’ 과자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한 과자업체 관계자는 “현재도 해당 제품은 생산액이 곧 매출액일만큼 시중에 출시되자마자 ‘완판’(모두 판매)이다. 추가 공장 증설을 준비 중”이라는 계획까지 밝히며 제품 설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과대포장 등 평소 소비자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해선 심도 있는 비판과 토론 대신 “쉽게 부서지는 과자의 특성 상 질소 포장은 불가피하다” “남기면 눅눅해져 개별 포장으로 양을 줄였다”는 등 업체의 해명이 줄을 잇기도 했다.
방송이 끝나자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 등 온라인 상에는 “1시간짜리 과자 홈쇼핑 방송을 보는 줄 알았다” “이 정도면 간접광고가 아닌 직접 광고 수준” “맛 집 줄 세우기가 아닌 전문가들이 음식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전혀 관계 없는 내용” 등 혹평이 쏟아졌다.
지난해 1월 첫 선을 보인 ‘수요미식회’는 기존 ‘먹방’(먹는방송)과 달리 맛 칼럼니스트, 유명 셰프, 요리연구가 등 음식 전문가라 불리는 패널들을 출연시키며 전문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맛 품평은 물론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가 소개되며 지난해까지 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1%대로 반토막 난 시청률의 배경이 짬뽕라면, 김밥, 소주 안주 등 대중적이나 정보성 프로그램을 통해 접하기에는 비교적 가벼운 음식들을 주로 다룬 탓이 아니겠냐는 지적도 많다.
이에 ‘수요미식회’ 관계자는 “다양한 미식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였을 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로 간접광고는 전혀 없었다”며 “과자까지 다룰 만큼 다양한 소재에 열려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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