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제품 수리 계약서상 불공정약관을 모두 고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애플코리아와 수리업체 사이 불공정계약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한 이후 관련 조항을 전면 수정한 것. 해당 약관의 불공정 조항이 시정된 것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다.
21일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가 국내 6개 공인 수리업체인 유베이스, 동부대우전자서비스, 피치밸리, 비욘드테크, 투바, 종로맥시스템과 위·수탁 계약서 상 20개 불공정 약관을 시정했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애플 제품 수리절차 흐름도.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약관 수정을 통해 애플은 수리업체 부품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게 됐다. 기존에는 주문 수락 후 배송되지 않은 부품에 대해 취소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주문을 받았다면 무조건 부품을 배송해 줘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겪었던 리퍼(중고 수리) 제품 관련 약관도 변경됐다. 수리업체에 부품이나 리퍼 제품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지연되거나 물량을 확보하지 않아도 책임지지 않았던 애플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주문 일부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배송 지연에도 책임이 주어졌다.
수리업체의 경우 애플코리아가 자의로 대체 부품을 공급하면 이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했지만, 앞으로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애플코리아와 수리업체 간 수리위탁 계약은 국내법이 적용되는데도 계약서를 영문으로 작성한 뒤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도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도록 수정된다.
수리업체가 애플과 분쟁이 발생해 소송을 제기할 때도 법률상 보장되는 소제기 권한을 기간의 제한 없이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변경전 약관에는 일정한 날짜로부터 1년 내에 소를 제기해야 하며 그 이후에는 제기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었다.
제품의 서비스 및 재판매와 관련해 계약 및 장부를 조사·감사할 경우 서비스 제공업체가 즉시 응하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계약 위반이라고 명시했던 약관도 사전통지가 선행되도록 수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약관 수정 배경에 대해 "애플 제품의 수리절차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겪는 수리절차상 불편 상당 부분이 수리업체와 애플코리아간 위·수탁 계약서상 불공정약관 조항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돼 조사에 착수하고 이를 바로잡게 됐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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