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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어화' 천우희 "순탄치 않은 인물 끌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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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해어화' 천우희 "순탄치 않은 인물 끌리나봐"

입력
2016.04.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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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천우희는 충무로의 보석이다. 감히 도전할 수 없는 역할들을 천우희는 용감하고 멋지게 소화했다. '써니'에서는 본드를 흡입하는 일진 상미, '한공주'에서는 성범죄 피해자, '뷰티인사이드'에선 비밀을 고백하는 우진까지 순탄치 않은 캐릭터를 전문으로 연기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해어화'에서는 1943년 비운의 시대 마지막 남은 경성 제일의 기생학교 대성권번의 최고 예인 연희 역을 맡았다. 타고난 목청으로 절친 소율(한효주)의 남자 윤우(유연석)를 매료시키는 인물이다. 천우희는 1940년대 창법부터 트로트까지 섭렵하며 매력적인 연희를 탄생시켰다.

-'해어화' 출연을 고사했다던데.

"일단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건 '모르겠다' 였다. 감으로 정하는 편인데 나는 그 감을 믿는다. 일단 캐릭터가 쉽게 도전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또 소율과 연희의 욕망의 감정에 있어서 힘의 균형이 맞길 바랐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촬영기간도 길었고 노래 연습도 해야 했다. 4개월 동안 1940년대 창법 위주로 연습했다. 비극의 시작이 되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가장 신경 썼다. 소율과의 갈등, 윤우와의 사랑 모든 사건의 출발이니까 가장 크게 다가왔다."

-'조선의 마음' 작사에도 참여했다고.

"1절 가사를 통해 연희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수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음악영화나 OST 정도는 앞으로 할 수 있겠지만, 뮤지컬 배우나 가수가 된다는 건 전혀 못할 일이다."

-연희는 친구의 남자를 빼앗은 나쁜 여자로 보여진다.

"표면적으로 보면 연희, 소율, 윤우 셋 다 나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감정들이다. 영화가 소율 시점이라서 연희나 윤우의 감정선에 있어 다소 불친절하다. 연희를 변호하자면 소율과 윤우가 사랑하는데 끼어든 것은 아니었다."

-연희처럼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짐승 같은 본능?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인물을 파악하는 감이 좋은 것 같다. 촉이 빠르다고 하지 않나.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으니 더욱 더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본능대로만 연기하는 건 아니다. 본능과 이성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 한다. 본능은 퇴화하기 마련이고, 이성은 캐릭터에 선입견을 줄 수 있으니까."

-일기 습관이 있다던데 '해어화' 찍을 땐 무슨 내용을 썼나.

"힘들다. 그리고 외롭다. 노래에 대한 고민과 연기에 대한 현실적인 부분들로 좌절하기도 했다. 남들한테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일기에 풀어놓는다. 10개월 고민하니 탈모와 이명이 왔다. 당시 시기적으로 여우주연상을 타고 난 이후라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주변의 기대도 커졌고 개인적인 욕심도 커서 어려운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어려운 인물들만 연기해서 그런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런 것 같다. 이번 작품도 쉽지 않았다. 연기를 할 땐 한 발 물러서 보려고 한다. 영화적 기능이나 의도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배우로서의 존재를 지우고 그 캐릭터로만 존재했으면 한다."

-감독들의 숙제를 푸는 충무로 해결사 같다.

"항상 어려운 캐릭터가 주어지는 것이 내 업이라고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래 나에게 맡겨주신다는 건 나를 믿어주시고 내가 할 수 있어서 일거야'하는 자신감도 든다. 부담도 있고 어려움도 크다."

-연희도 그렇고 결핍한 캐릭터가 유독 많다.

"내 스스로 '결핍에 끌리는 걸까, 결핍이 주어지는 걸까' 묻는다. 내 안에 연기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것 같다. 일상이 굉장히 평범하고 무덤덤해서 대리만족을 하는 걸까. 시나리오에서 인물들을 찾아보는 건 아닌데 이런 역할들이 주어지는 것이 나도 궁금하고 이상하다."

-부모님이 작품들 보시면서 안쓰럽게 여길 때가 많겠다.

"내가 오히려 담담하게 대한다. 특히 일에 있어서는 부모님께 독립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자친구를 사귀는지, 어디서 노는지 이런 것들에 있어서는 전화가 자주 온다. 하하."

-어쩌면 배우로서는 복이 아닐까.

"복인 것 같다. 여배우가 할 작품이 없다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 속에서도 하고 있으니까. 특히 내가 했던 역할들은 여배우답지 않은 인물들이 많다는 말도 듣는다. 사실 여배우라는 말보다 그냥 동등한 배우 입장에서 그만큼의 장악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여배우 천우희 말고, 배우 천우희의 존재감이길."

-차기작 '곡성'은 어떤가.

"완전 상반된 얼굴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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