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나라’ 칠레가 중국의 정책 및 시장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강력한 반부패 사정작업에 중국인들의 손길이 중저가 와인으로 옮겨가면서 중저가 와인시장에 강세를 보여 온 칠레는 13억 거대 시장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중국인들이 정부의 반부패 드라이브 정책 등으로 소비 성향에 변화를 보이면서 세계 5위의 와인 생산국 칠레가 산업 구조를 바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중국 시장 와인 점유율은 프랑스산에 이어 칠레산이 2위다. 프랑스가 고급 와인을 사치품으로 주고받는 중국 부유층 소비자층을 잡았다면 칠레는 그 동안 벌크와인(병입하지 않고 대용량 통에 담아 판매하는 와인) 시장에 주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사정작업에 프랑스산 고급 와인이 주요 감시대상으로 오르면서 칠레산 와인에도 드디어 볕들 날이 왔다는 분석이다.
중국 일반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도 칠레 와인산업에 호재가 되고 있다. 상하이(上海) 소재 중국시장조사그룹(CMR)의 제임스 로이 분석가는 “중국인들 입맛이 점차 세련되고 있어 그저 프랑스산 와인을 택하던 과거와 달리 다른 산지에 눈을 돌리고 포도 품종에도 관심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FT는 칠레 와인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한 달에 1병 이상의 와인을 구매하는 고정 소비자만 3,600만명인 중국에서 당당히 칠레산 라벨을 붙인 병 와인 판매도 폭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칠레의 산업지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해 4,000억달러 규모가 거래되는 칠레 최고 수출품목인 구리는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와인 산업은 관광과 서비스 산업 부흥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칠레인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와인 컨설턴트 가이 후퍼는 “구리는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알 수도 없지만 와인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칠레의 대사이자 국기가 될 것”라고 FT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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