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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19대 국회, 아름답게 퇴장하라

입력
2016.04.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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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 겸허히 수용한다더니 싸움질만

미워도 다시 ‘기-승-전-정치’ 딜레마

민생법안 처리로 유종의 미 거둬야

4ㆍ13 총선은 투표혁명이었다. 순간순간 최선의 행마를 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를 연상시켰다. 유권자들이 집단 텔레파시로 연결돼 황금분할의 정치구도를 만들었다는 분석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여론 조사기관이나 언론사, 정치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 알파고적 행마를 유권자들이 보여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되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을 고르는 맥을 짚어낸 것이 핵심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으로 귀결됐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엉뚱한 행마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은 승리의 맥을 찾아낸 것과 유사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라는 링컨의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드라마는 딱 여기까지다. 유권자에게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가 도출됐을 뿐이다. 하지만 투표용지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정치권이 다시 혼탁해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머슴인 척했을 뿐 선거가 끝나니 다시 주인인 국민은 안중에 없다. 총선 직후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더니 이내 당권 경쟁, 패거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 다시 국민을 무기력한 방관자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친박 진박 등 ‘박타령’ 만하다 쪽박을 찼다. 그래도 여전히 물불을 못 가린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놓고 갈등이 격화하고, 유승민과 윤상현 의원 등의 복당 문제로 시끄럽다. 특히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던 윤 의원의 복당 문제는 정당의 원초적 도덕성을 의심스럽게 한다. 야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문제 해결을 내세워 재미를 봤지만, 총선이 끝나자 김종인 대표 추대 등의 문제로 당권 싸움에 골몰한다.

민생문제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정치에 대한 분노 수위가 다시 올라가고 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후회해도 소용없다. 국회를 투표로 심판하려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물론 1년 8개월 뒤에 있을 대통령 선거도 기회는 기회다. 그래도 약이 바짝 오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선거라는 게임만으로는 국민은 고작 몇 년에 한 번, 정부나 그 정책에 찬반을 표명할 뿐”이라며 의회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 것에 공감이 간다.

어쨌거나 당면 과제는 경제이고, 시급한 것은 구조개혁이다. 당장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와 피치는 “여당의 총선 패배로 한국이 구조개혁을 이행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물론 해외 투자은행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경제 성장판이 닫히기 일보 직전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의 행보는 경제에 관한 한 역주행에 가깝다. 다수당이 된 야권은 각종 구조개혁법안 처리를 꺼리거나 알맹이를 빼내려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조차 유세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더 이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하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의 개혁에 대한 의지가 이런 수준이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그래도 다시 ‘기-승-전-정치’다. 재정정책이나 구조개혁 등 굵직한 경제현안은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미워도 다시 정치’라는 현실이 유권자의 딜레마다. 주인이 제 손으로 고용한 머슴에게 머리 숙여 부탁하는 신세로 전락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경제를 위해 제발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생 차원에서 접근해 달라는 주문을 해본다.

국회는 민생을 위해 몸을 바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나마 여야가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한 것은 진전이다. 제3당으로 떠오른 국민의당의 협상력에 일말의 기대를 걸어본다. 21일 시작되는 19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반성문을 쓴다는 각오로, 양보와 타협으로 시급한 민생관련 법안들을 처리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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