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적 같은 선거로 민주화 전진… 제도 개선은 과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적 같은 선거로 민주화 전진… 제도 개선은 과제

입력
2016.04.20 20:21
0 0
2016년 1월 12일 네피도의 연합 평화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테인 세인(왼쪽 앞) 미얀마 대통령이 미얀마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오른쪽 1번째) 여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미얀마)=AFP 연합뉴스
2016년 1월 12일 네피도의 연합 평화 컨퍼런스 개막식에 참석한 테인 세인(왼쪽 앞) 미얀마 대통령이 미얀마 야당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오른쪽 1번째) 여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미얀마)=AFP 연합뉴스

틴 쩌 신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얀마의 민주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군부 정권의 지지를 받는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통합단결발전당(USDP) 정부는 미얀마 국내외의 불안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오랫동안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아웅산 수치는 2008년 헌법에 막혀 대통령직에 오르진 못했지만 그에 버금가는 ‘국가 자문역’에 취임했고 외교장관까지 맡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을 향한 장도는 2011년 시작됐다. 테인 전 대통령은 그해 8월 아웅산 수치를 만나 정치개혁에 힘을 보태달라고 부탁했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진일보한 노동법을 통과시켰다. 언론 검열도 완화됐다. NLD도 이에 호응해 2010년 총선에 대해 진행했던 보이콧을 풀고 정치 참여를 결정했다. NLD는 2012년 4월 보궐선거에 이어 2015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여야의 입장을 뒤집었다.

‘평화적 정권 교체’는 국가의 제도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집권정당이 바뀐다는 것은 해당 국가 내에서 복수의 정당이 경쟁력을 갖추고 정권 창출을 노린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드문 사례다. 우리의 경우에도 불과 19년 전인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여당인 신한국당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비로소 최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를 실현했다.

다만 미얀마의 2015~2016년 정권 교체는 안정적인 제도가 낳은 귀결이라기보다는 특수한 역사적 사건에 가깝다. NLD는 군부와 USDP 정권을 상대로 불리한 대결 구도에 몰려 있었는데 이는 2008년 헌법 때문이다. 헌법은 군부가 장악한 최고 통치기구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에 의해 지명되는 군총사령관이 상ㆍ하원의원 중 25%를 우선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NLD가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어 단독 정권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선거로 뽑는 의석 중 67%를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NLD는 선거가 치러진 의석 491석 중 390석을 차지하는 ‘기적 같은 승리’를 거뒀다. 국민의 민주화 열망이 평화적 정권 교체를 현실화한 것이다.

미얀마는 여전히 완전한 제도적 민주화를 실현하지 못했다. 군통수권을 대통령이 아닌 군총사령관이 쥐고 있어 군부의 문민통제가 실현되지 않았다. 헌법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의회 75%의 동의가 필요한데, 의석의 25%가 군부에 의해 임명된 상황을 고려하면 현 NLD 정권이라도 사실상 군부를 비롯한 야권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다. 제도적 민주화의 완성은 잔존하는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등과 더불어 여전히 신생 NLD 정권의 과제로 남아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