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비용만 6000만원… 재활용 어렵고 안전문제 대두
시, 방송편성도 안 됐는데 돈부터 지급해 예산낭비


경북 포항시가 지역 관광 명소를 만든다며 15억 원을 들여 지은 드라마 세트장이 완공 3년 만에 결국 철거된다. 안전진단 결과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재난위험시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철거비용만 6,000만원이나 들 것으로 보여 포항시는 이중으로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포항시는 최근 포항시의회에 청와대를 본 따 지은 흥해읍 학천리의 드라마 세트장을 철거하겠다고 보고했다. 2013년 5월 완공돼 3년도 되지 않았지만 안전상 문제로 국민안전처가 지난달에 철거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7월 구조안전진단에서도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학천리 드라마 세트장은 단체장의 무리한 전시행정이 빚은 대표적 예산낭비 사례다. 2013년 당시 포항시는 방송 계획도 잡히지 않았는데 제작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착공도 하기 전에 돈부터 지급했다. 약속한 드라마 제작은 불발됐고, 세트장 준공 1년 뒤에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제작해 방송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박경열 포항시의원은 “추진 당시 시의회의 반대가 심했는데도 포항시가 강행해 결국 십 수억 원의 아까운 예산을 날리는 결과를 얻었다”며 “전임 시장 때 이뤄진 일이지만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복덕규 포항시의원은 “지은 지 3년도 안된 건물이 E등급을 받은 것에 부실공사 의심이 간다”며 “제작사나 건설사와 계약서를 다시 보고 보상이나 회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포항시 관계자는 “다양한 활용 방안을 강구했지만 국민안전처로부터 미철거 지적을 받았고 건물 안전에 위험등급을 받아 철거가 불가피하다”며 “당시 협약 내용을 재검토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세트장은 포항 북구 흥해읍 학천리에 연면적 1,101㎡ 2층짜리 건물로, 경북도와 포항시가 7억5,000만 원씩 15억 원을 보조해 2013년 5월에 완공됐다. 세트장 바로 옆에 포항제철 건설 당시 지휘소인 룸멜하우스도 5억 원들 들여 짓기로 했지만 불발됐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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