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를 덮친 연쇄 강진의 영향으로 한반도에도 수년 내 최대 5.5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20일 “규슈 지진의 여파가 한반도 지하로 전달되면 국내에서도 몇 년 안에 규모 5 안팎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 서남부에 분포한 단층이 수평으로 이동하며 일으킨 이번 규슈 지진은 2005년 3월 발생한 후쿠오카(福岡) 지진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시에도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07년 1월 오대산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지진이 발생해도 막대한 피해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지 센터장은 예상했다. 그는 “국내 주요 건물의 내진설계 기준이 규모 6.5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일부 약간 금이 가거나 실내 물건들이 떨어지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 센터장은 이어 최근 이른바 ‘불의 고리’에 속하는 태평양 인접 국가들에서 일어난 지진들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한반도를 떠받치는 지각은 유라시아판으로, 불의 고리 지하의 태평양판과 구별되기 때문이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경계인 일본열도의 수 많은 단층이 불의 고리에서 생긴 지진 에너지를 흡수, 한반도엔 영향이 적다는 게 지 센터장의 설명이다. 중국 지진 역시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산둥반도에서 연해주에 이르는 대규모 탄루단층이 중국에서 일어나는 지진 에너지를 대거 흡수한다.
다만 지 센터장은 동해 지진해일은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도쿄 북쪽의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경계면 바다에서 규모 7 안팎의 강진이 날 경우엔 지진해일이 발생, 한반도까지 몰려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묵호나 강릉, 울진 등지는 최고 6m 안팎의 지진해일이 덮칠 수도 있다. 지 센터장은 그러나 “일본 지진해일이 동해를 가로질러 오는데 1시간 반 가량 걸리기 때문에 대피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북한의 5차 핵 실험이 예고되면서 핵 실험이 활화산인 백두산의 지진이나 폭발을 촉발시킬 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천지 아래 마그마가 가까운 시일 내에 폭발할 만큼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북한의 핵 실험 규모도 지진을 초래할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 센터장은 “백두산에 영향을 미치려면 핵 실험 규모가 지금의 수백배는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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