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렉서스 'RX450h'에 장착된 이-포 시스템. 뒷바퀴(리어엑슬)에 모터가 추가로 장착됐고 구동력 전달을 위해 차량의 앞뒤를 가로지르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토요타 제공
▲ 이-포 시스템이 적용된 렉서스 'RX450h'. 한국토요타 제공
친환경이 차 업계 화두다.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여파로 디젤엔진에 대한 거부감은 더 커졌다. 하이브리드 차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도 있지만 대중화를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선결과제로 남아있다. 하이브리드 차의 영역도 확장일로다. 세단을 넘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뻗쳤다. 힘과 기동성이 디젤 SUV 못지 않다. 기술발전의 산물이다. 향후 하이브리드 미니 벤이나 트럭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 토요타 차량 가운데 처음으로 이-포 시스템이 적용된 '라브4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제공
■ 두 개의 동력원 탑재…혁신적인 '덧셈'의 기술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디젤엔진 개발에 전념한 반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진화시켰다. 토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 '프리우스'를 내놓은 이래 지난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800만대 이상의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차를 판매했다. 올해는 국내 판매 하이브리드 차 비중을 50% 이상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이 대단하다.
이런 토요타가 최근 하이브리드 SUV '라브4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그런데 이 차에 눈길 끄는 기술이 하나 숨어있다. 첨단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이-포(E-four)'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SUV에 적용된 기술이다. 'NX300h'와 'RX450h' 등이 이 기술을 탑재했다. 이를 토요타 브랜드까지 확장한 것이다.
보통 4륜구동 시스템은 동력원이 한 개다. 여기서 얻은 힘을 네 바퀴로 나누어 보낸다. 앞뒤 구동력 배분비율이 고정된 일부 차량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4륜구동 시스템은 힘을 앞뒤로 옮겨가며 쓰는 이런 방식을 따른다. 이렇게 하면 연료를 아낄 수 있고 파워트레인에 걸리는 부하도 줄일 수 있다.
이-포 시스템은 어떨까. 동력원이 두 개라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앞쪽에 모터가 달렸다. 제동 시 모터가 제너레이터 역할을 하며 전기 에너지를 만든다. 이-포 시스템은 추가로 뒷쪽(리어액슬)에 한 개의 모터를 더 달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추가된 모터가 뒷바퀴를 구동하고 제동 시 제너레이터 역할을 하며 뒷바퀴에 쓰일 전기 에너지를 생성한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동력원이 구분되는 셈이다.
여기서 또 하나 기존 4륜구동 시스템과 다른 큰 차이가 생긴다. 기존 4륜구동 시스템은 생성된 구동력을 나누는 방식이다. 뒷바퀴로 옮겨가는 구동력 만큼 앞바퀴의 구동력이 줄어든다. 연산으로 따지면 '뺄셈'이 된다.
이-포 시스템은 반대다. 앞과 뒤에서 필요한 구동력을 생성해 추가로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덧셈'인 셈이다. 당연히 힘이 더 강력해질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앞바퀴 굴림 모델 라브4의 견인능력이 800㎏인 반면 이-포 시스템이 적용된 라브4 하이브리드의 견인능력은 1,650㎏이다. 두 배 이상 차이 난다.
▲ 렉서스 'NX300h'에 장착된 이-포 시스템. 한국토요타 제공
▲ 이-포 시스템이 적용된 렉서스 'NX300h'. 한국토요타 제공
■ 힘과 민첩성 확보…충전ㆍ연비효율 향상도 기여
이-포 시스템은 평상시 주행에서 전륜을 쓴다. 미끄러운 노면, 빠른 출발과 가속이 필요한 상황, 코너링 등에서는 각각의 주행상황에 맞춰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힘의 분산이 없기 때문에 출발은 민첩하고 주행과 코너링은 힘이 넘치며 안정적이다. 하이브리드 차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굼뜬 달리기' '밋밋한 운전'이 해소된다.
모터ㆍ제너레이터가 한 개 더 추가된 만큼 배터리 충전 효율은 더 높아졌다. 신속한 충전으로 연비효율도 향상된다. 4륜구동의 강점과 하이브리드의 경제성이 이-포 시스템 덕분에 잘 조화를 이룬다.
관련 장치의 부피와 무게가 줄어드는 것도 장점이다. 기존의 4륜구동 방식에서는 드라이브 샤프트(기다란 원통형 쇠막대)가 차의 앞뒤를 가로지른다. 앞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뒤에 각각의 동력원을 가지는 이-포의 구조에서는 이것이 필요 없다. 그만큼 공간 활용성이 높아진다.
장점 하나 더 추가하면, 앞바퀴와 뒷바퀴를 각각 제어하기 때문에 구동력 제어가 한층 정교하고 섬세하게 진행된다. 이-포 시스템의 전자제어장차(ECU)가 이를 책임진다. 각종 센서가 보내는 주행속도, 가속 페달 조작, 바퀴의 회전 속도 등의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제어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친환경차는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199만2,000여대가 팔려 전년 대비 2.1%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차 역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이브리드 기술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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