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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효주가 마주한 서른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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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효주가 마주한 서른 살

입력
2016.04.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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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한효주는 올해로 서른이다. 17살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로 데뷔한 연예계 생활 13년 차 베테랑이다. 그 동안 한효주는 수 만가지 꽃으로 변모했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 때는 꿋꿋한 들꽃이 됐고, '동이' 때는 귀한 모란이 됐다.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해어화'에서는 조선 최고의 예인 소율을 맡아 수줍은 복사꽃부터 악에 받친 가시꽃까지 소화했다. 늘 예쁘고 생기 발랄한 한효주가 가시꽃이 되는 순간이 문득 궁금해졌다. 살면서 가시 한 번 안 꺼내놓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 만은 한효주는 "가시꽃 이야기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연기하는 건 참 재미있는데"라며 잠시 울먹였다. 이내 감정을 추스르며 "흔들리지 말고 날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열심히 하다 보면 오해도 풀리고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제목 '해어화'(말을 알아듣는 꽃)는 다른 말로 기생이다.

"우리 인식 속에서 기생하면 퇴폐적이고 선정적인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영화 찍으면서 공부해보니까 지금의 인식들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때 생긴 거라더라. 내가 연기한 소율은 예인이다. 기생 중에서도 자기의 재주를 평생 갈고 닦아 문화를 계승하는 사람이다. 결국 소율은 스스로를 파멸시켜버렸지만..."

-'세시봉'에 이어 또 음악영화다.

"한창 음악을 좋아했다. 흥얼거리는 것도 좋아한다. 평소 큰 소리 낼 일이 없다 보니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노래방은 요즘 안 가는데 예전엔 자우림, 체리필터, 故김광석, 故유재하 노래 부르곤 했다."

-이번엔 장르가 다르다. 정가다.

"생소하긴 한데 공부하니 묘한 매력이 있다. 정가는 그 당시 중산층 이상만 들을 수 있던 노래라더라. 이번 영화를 통해 알려지면 좋겠다. 요즘 정가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웃음). 3~4개월 연습했는데 영화 속에서 짧게 나와 아쉽다. OST로 들어봐 달라."

-작품마다 다른 향수를 쓴다던데.

"이번에는 세 가지를 섞었다. 프레시한 향을 베이스로 뿌리고 성숙한 여자 느낌이 나는 향을 더하고(폭소) 달콤한 느낌을 가미했다. 내가 말하려니 민망하다."

-향 설명만 들어도 극중 소율의 복잡한 속내가 느껴진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소율의 성격 변화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악역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는 사람에 따라 악역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여자 입장에서 악역은 윤우(유연석)로 해석된다.

"얼마 전 천우희랑 유연석 오빠랑 다시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모두가 악역인 걸 알았다. 인터뷰하면서 서로 악역이라는 질문을 받았더라. 결론은 우리 영화에 좋은 사람이 없다. 하하."

-한효주의 표독스러운 모습을 다시 봤다. 특히 눈썹연기.

"연기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은 뭘까에 대해 고민하다가 최대한 그 인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썹을 움직인 것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그냥 소율의 감정에 빠져들어 그냥 움직여졌다."

-사랑부터 복수까지 감정 폭이 넓은데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그런 극적인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누가 봐도 처절하고 극적인 캐릭터라 좋았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이라 재미있었다."

-노인 분장은 어땠는지.

"정말 고민이 많았다. 촬영 며칠 전까지도 박흥식 감독님을 찾아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부탁 드렸다. 감독님의 '소율이 감정으로 1시간50분을 끌고 오다가 마지막에 다른 사람이 매듭짓는 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말에 설득 당했다. '내 영화 내가 마무리 해야지' 하는 책임감도 들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실제 모습을 꽃에 비유한다면.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니 신중해진다. 내 스스로 느끼기에 나는 안개꽃이다. 심심하고 무난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나를 볼 땐 색깔 있는 꽃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다채로운 색깔로 보여지고 싶다."

-KBS 예능 '1박2일'만 봐도 숨은 매력들이 넘쳐흐르더라.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평소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요가나 무용을 즐겨하는데 그래도 '1박2일'은 힘들었다. 며칠 쉬었다. 예전에는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단순해졌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도 좋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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