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동료강사 인기 높아
관광객 등 중국인 범죄 급증
현장서 의사소통 해소 기대
“부야우 헝추안마루”(무단횡단하지 마세요). 지난 19일 업무시간이 끝난 오후 6시20분쯤 제주지방경찰청 2층 회의실에서는 경찰관 8명이 한창 중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강사는 제주경찰청 보안과 외사계 소속인 이춘려 경사. 외국인 특채 경찰관인 이 경사는 조선족 출신으로, 결혼이주여성 출신 귀화경찰관이다. 경찰 임용 전 9년간 외국어고와 학원에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지난 2011년부터 무료로 중국어 교실을 운영 중이다.
매주 2회 1시간씩 4개월간 진행되는 중국어 교실은 희망자가 많아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는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년 200만명 넘게 찾아오면서 관련 범죄도 늘어 경찰공무원들 스스로가 중국어 회화능력에 대한 필요성을 직접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교대근무 등으로 학원을 다니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현직 경찰관이 직접 경찰 업무와 관련된 중국어를 중심으로 ‘족집게’ 강의를 하는 것도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실제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 181만명에서 2014년 285만명으로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223만명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200만명을 넘었다. 또 제주에 거주하는 등록외국인 중 중국인은 2013년 4,407명, 2014년 6,792명, 지난해 8,662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법체류자도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제주를 찾는 중국인이 급증하면서 도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경찰에 입건된 중국인도 2013년 134명, 2014년 194명, 지난해 260명 등 3년 사이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무단횡단 등 기초질서를 위반한 중국인들도 2013년 174명에서 지난해 1,267명까지 증가하면서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중국인들과 마주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찰관들은 중국어를 모르고 있어 손짓발짓으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외국어 특채 경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는 등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제주경찰 소속 외국어 특채 경찰관은 11명에 불과하고, 이 중 중국어 특채 경찰관은 5명에 불과해 최근 급증한 중국인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춘려 경사는 “지난 5년간 경찰관 150여명이 중국어를 배워 이름을 물어보거나 간단한 회화를 할 정도의 수준은 된다”며 “이들 경찰관들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중국어를 하는 것을 보거나 도움이 많인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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