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반가사유상이 최초로 나란히 전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특별전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5월 24일부터 6월 1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일 양국의 고대 불교조각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국보 78호상)과 일본의 국보인 나라 주구(中宮)사 소장 목조반가사유상(주구사 상)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전시하는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의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을 뺨에 댄 채 생각에 잠겨 있는 보살상이다. 불교가 탄생한 인도에서 등장한 반가사유상은 중앙아시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래됐다. 특히 예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삼국시대 반가사유상은 일본에 그대로 전래돼 수많은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삼국시대 6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국보 78호 상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두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으로 보살의 무한한 평정심과 숭고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수작으로 일컬어진다. 특히 불상의 장신구와 몸을 덮은 천의(天衣) 자락을 일정한 두께의 금동으로 주조해 당대의 뛰어난 조형 감각과 첨단 주조 기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1912년에 그 존재가 알려진 후 1916년부터 박물관에 소장됐으나 원래 봉안됐던 장소와 출토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에 처음 외국 나들이를 하는 일본 주구사 상은 7세기 후반 아스카시대에 녹나무 부재 11개를 붙여 제작된 목조상이다.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고 대좌 위로 치맛자락이 펼쳐져 있는 점은 삼국시대 반가사유상과 흡사하나, 대좌가 매우 크고 불상이 상체를 세워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일본 불교예술의 독창적 미감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양국의 대표 반가사유상을 한 자리에 전시함으로써 독특한 자세의 상을 만들기 위한 양국의 창의성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유’라는 인류 보편적 주제를 한일 양국이 어떻게 이해하고 시각화했는지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초 도쿄국립박물관 측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해 전시가 성사됐다”면서 “두 불상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6월 서울 전시 후 자리를 옮겨 ‘미소의 부처님-2구의 반가사유상’이라는 제목으로 6월 21일부터 7월 10일까지 도쿄국립박물관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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