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1만원대 회복 불구
금융당국 “섣불리 움직일 때 아니다”
올해 초만 해도 주당 8,000원대 초반에서 지지부진하던 우리은행의 주가가 19일 1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우리은행 주가가 1만원대를 회복한 건 지난해 11월10일 이후 5개월여 만인데요. 지난 2월 열흘 넘게 싱가포르 영국 독일 등지를 돌며 투자설명회(IR)를 가진 이광구 행장의 세일즈가 최근 외국인 투자비중을 높이며 주가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마침 NH투자증권이 이날 우리은행 목표주가를 1만4,000원으로 올릴 만큼 시장에선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 직원들은 다른 은행원보다 자사 주가에 특히 민감합니다. 정부 지분을 줄여 하루라도 빨리 ‘민간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최근 수년 사이 연거푸 민영화에 실패한 탓인지, 요즘처럼 주가가 오르면 정부가 ‘섭섭하지 않은’ 가격에 서둘러 지분을 매각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덩달아 간절해진다고 합니다. 그간 우리은행에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한 정부는 주당 1만3,500원 정도는 받아야 원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만 최근엔 조기 민영화를 위해 그 아래 가격으로 팔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주가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은 정부와 우리은행이 사뭇 달라 보입니다. 정부 지분을 처분하려면 정부가 우선 ‘매각 공고’를 내야 하는데요. 우리은행 직원들은 정부가 ‘민영화 약속’과 달리 주가가 오르는데도 매각 공고를 낼 마음조차 없다고 불만을 드러냅니다. 한 관계자는 “매각 공고를 하면 주가가 그 효과로 더 올라 더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행장의 IR 기간 동안 매각 공고가 나오면 매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유럽계 기관투자자가 15곳에 달해 수요는 충분하다는 게 우리은행의 주장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은행 민영화를 주도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윤창현 민간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우리은행 매각은 금융산업 발전에 부합해야 하는 만큼 적당한 매수자가 나타나야 팔 수 있다”면서 “확실한 매수 희망자 없이 덜컥 매각 공고부터 냈다가 무산되면 우리은행에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간 번번이 민영화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헛물을 켠 경험 때문에 정부로선 신중할 수밖에 없을 거란 옹호론도 나옵니다.
조만간 우리은행 주가가 더 오르면 금융당국이 먼저 매각 공고에 나설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행여 주가가 다시 떨어지면 ‘그 때 안 팔고 뭐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모처럼 오름세인 우리은행 주가가, 금융당국의 영원한 숙제인 우리은행 민영화를 이번엔 도와줄까요?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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