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 국회 본청 216호. 정의당 지도부가 상무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문 밖이 소란스러웠다. 국회 직원들이 ‘정의당 원내대표실’ 문패를 떼고 ‘국민의당 당대표실’ 문패로 바꿔 걸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바깥의 소란에 대해 “이 자리에서 열리는 상무위는 오늘이 마지막 회의가 될지 모른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4ㆍ13 총선에서 6석에 그친 정의당이 총선 후폭풍에 서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회 운영이 철저히 원내교섭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공간 문제였다. 2007년 만들어진 ‘국회 사무실 배정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회 본청에 있는 정의당 사무실 세 곳(당 대표실, 원내대표실, 대변인실) 중 한 곳을 교섭단체로 진입하는 국민의당에게 내준 것이다.
현 규정에 따르면 3인 이상 의원으로 구성된 정당은 국회 본청 공간을 받을 수 있지만, 비교섭단체 정당의 경우 약 66㎡(20평)의 공간만 배정된다. 반면 국민의당과 같이 새로 원내에 진입하는 교섭단체 정당은 약 200㎡(60평)의 면적을 배당 받는다. 정의당은 그동안 2014년 해산 결정이 난 옛 통합진보당 사무실 2곳에다 추가로 새누리당이 일부 내어준 사무실 1곳으로 버텨왔다.
정의당은 국민의당 국회 입성을 예상한 지난 12일 국회 사무처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대표실에 “20대 원 구성 전 정의당에 최소한의 회의 공간을 배려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3당 모두 19일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의당 상황이 안타깝지만, 우리 역시 대변인실 등 필수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며 “전체 국회 차원에서 공간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 역시 “2007년 규정이 바뀌지 않은 한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방을 뺀 정의당은 칼을 갈고 있다. 당 차원에서 교섭단체 중심의 현 국회 문화를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소선구제 아래 20석을 채워야 하는 교섭단체 기준은 소수 정당에게 터무니 없이 높다”며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의 평등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서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원내 각종 운영내규 등을 동시에 바꾸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