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 여파로 외교적 고립
거물급 해외 인사 참석 없을 듯
경제 악화로 주민 불만 가중
우상화 가속 속 세대교체 관심
核 독트린ㆍ대화공세 여부 촉각
내달 북한이 36년 만에 개최할 제7차 노동당 대회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만을 위한 ‘나 홀로’ 잔치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여파로 외교적 고립이 심화돼 거물급 외국 인사의 참석을 기대하기 어렵고, 경제사정도 악화돼 주민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당 대회를 계기로 “강성국가 건설의 최 전성기를 열어나가자”고 부르짖었지만, 역설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퇴짜 맞을까 초청도 못하고, 경제는 외화내빈
북한은 최고의사결정 회의체인 당 대회를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화하고 대외적으론 체제를 선전하는 도구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북한 스스로 이번 당 대회를 ‘세일즈’하는 데 소극적이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9일 “지난 2월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라오스 등 동남아 우방국을 방문한 것 이외에 현재까지 뚜렷한 당 대회 초청 외교 동향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대북 제재 국면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축소됐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리수용 외무상 등 북한 대표단이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을 거부당한 영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대북 제재에 적극적인 중국보다는 러시아와 친밀도를 높여나가는 모습이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러시아를 방문한 북한 고위 관계자가 당 대회에 러시아의 장관급 고위 인사를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경제 성과도 초라하긴 마찬가지다. 북한 매체가 각 분야의 70일 전투를 독려하며 경제 성과를 보도하고 있지만, 실제 경제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외자유치를 기반으로 한 경제개발특구 등 개방경제 도입에 나설 개연성도 거의 없어, 단기적인 전시성 치적쌓기에 집착할 것이란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각종 노력 동원과 무리한 충성 상납금 요구 등으로 주민들의 피로도와 불만만 가중되고 있다”며 “매우 침체된 분위기에서 당 대회가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우상화 박차, 세대교체 가속화
빈약한 성과를 상쇄하기 위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북한매체에서 ‘김정은 강성대국’이나 ‘김정은 조선’ 등의 신조어가 두드러진 게 단적인 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등장시켜 집단주의를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제성과보다는 사상교양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이번 당 대회에서 새로운 직책을 신설해 권한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일성은 영원한 주석, 김정일은 영원한 총비서’로 명시해놓은 만큼 두 직책은 손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권력 공고화를 위한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점쳐진다. 김갑식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젊은 노동당을 표방하며, 김정은 친위세력 구축 차원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 등을 물갈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권력 안정성 유지를 위해 노장청 인사 원칙을 유지,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정책 노선과 관련해선 당 규약에 핵 경제 병진노선의 재천명과, 핵 보유국 명시 등 김정은식 핵 독트린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제재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평화협정 논의를 위한 북미 고위급회담이나 남북 정상회담 등 대화공세를 펼 가능성도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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