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의 진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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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의 진화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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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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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넛은 끊임없는 맛의 변주가 가능한 혁신의 음식이 되었다. 도우 맨해튼 플랫아이언 지점. 김신정씨 제공

벌써 거의 10년 전 내가 뉴욕생활을 시작했던 당시의 일이다. 브루클린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피터팬 도넛 앤 페이스트리 숍’이라는 곳을 지나치다가 유난히 눈길이 가 멈춰 섰다. 피터팬이라는 이름과 도넛이란 단어의 조화에 이끌리기도 했고, 외관에서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네 맛집의 정겨운 허름함이 느껴져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발을 들이는 순간, 시대를 거슬러 온 듯한 어수룩한 멋에 빠져 나도 모르게 도넛 하나를 주문하고 판매대 옆자리에 앉아 갖가지 도넛과 사람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후를 보냈다. 사실 이 도넛 가게는 이미 뉴요커들에게는 잘 알려진 브루클린의 맛집이다. 이곳은 70년 가까이 꾸준히 지켜오는 도넛의 맛, 종업원들이 입는 복고풍의 분홍과 민트색 유니폼,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복고풍의 인테리어를 통해 동네 맛집의 명성을 지켜오고 있다.

도넛이란 아침식사, 디저트, 스낵으로 언제나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이런 한두 곳을 제외하면 새로이 대중의 호응을 불러 일으키기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013년 도미니크 안셀 셰프가 처음으로 선보인 크로상과 도넛을 합쳐놓은 크로넛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미 잘 알려진 도넛 체인점과 소규모 베이커리들은 크로넛의 복사품과 새로운 종류의 도넛을 앞다투어 선 보였다. 이와 더불어 예전부터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 하던 도넛 가게 몇몇도 탄력을 받아 다시금 주목 받게 되었다. 그 중 ‘도넛 플랜트’와 ‘도우’는 지금도 뉴욕에서 꾸준하게 화제가 되고 있고 성장을 거듭해 나아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의 기존 도넛 가게와는 달리 손님들이 안을 볼 수 있는 깔끔한 오픈형 키친에서 하루 종일 수십 가지 도넛을 소량으로 계속해서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덕분에 언제 가도 신선한 도넛을 먹을 수 있다는 신뢰가 손님들 사이에 형성됐다. 시나몬 슈가와 슈가 글레이즈 등 가장 기본적인 도넛에 충실하지만, 끊임 없이 색다른 맛 개발에 노력하며 주기적으로 바뀌는 메뉴을 선보인다. 한결같으면서도 항상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도넛 가게라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도넛 플랜트는 사각형 모양 안에 속을 채운다거나 크렘브륄레 맛을 선보이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도넛들로 유명하고, 도우는 기존 도넛보다 3배 정도 큰 크기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한번에 다 먹게 되는 도넛과 도넛 반죽으로 만든 빵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도넛 종류에 반영된 오너들의 기호다.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차이나타운 근접한 곳에 자리잡은 도넛 플랜트는 동양인들이 선호하는 유자, 녹차, 검은깨 등을 넣은 도넛들을 선보였다. 연유를 넣은 베트남식 커피도 이곳의 인기 메뉴다. 반면 도우의 오너인 멕시칸-유럽계의 페니 걸슨은 멕시칸 재료를 십분 활용, 붉은 히비스커스 차를 넣은 도넛을 이곳의 주 메뉴로 만들었다. 그 외에도 산뜻하면서도 새콤한 패션프루트, 매콤달콤한 초콜릿 치폴레, 칵테일 맛을 옮겨온 모히토 맛 도넛 등도 주기적으로 메뉴에 들어간다.

이 두 곳은 보통 도넛 체인점의 3배 가량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주말에는 가게 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많다. 좋은 재료로 만든 수제 도넛과 도넛 맛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엄선된 커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공하며 도넛의 혁신을 이룬 것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평범한 미국음식 하나가 이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어 그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성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한 친구가 주말 오후에 부담 없는 첫 데이트 코스로 도넛가게에 간다고 말했을 때 도넛의 인기와 성장 가능성을 새로이 가늠했다. 도넛은 컵케이크 이후 지금도 진행중인 가장 강력한 트렌드가 되었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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