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ㆍ채무자 골라 맞춤형 접근
금융직원 사칭 수수료 선납 요구
‘대출사기’형이 전체 80% 차지
카드 빚을 돌려 막다 신용등급이 6등급까지 내려간 자영업자 A(40)씨는 올해 1월 솔깃한 전화를 받았다. 캐피탈업체 콜센터 직원이라는 상대방은 “특별 대출상품이 출시돼 고객님께 대출승인이 가능하다. 신용조정비용으로 300만원만 입금하면 대출이 실행된다”는 제안을 한 것. 목돈이 궁했던 A씨는 신용등급까지 조정해 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고 돈을 부쳤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대출은 감감무소식이었고, A씨는 해당 업체에 확인한 뒤에야 속은 것을 알았다.
최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대출 사기’형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적발한 보이스피싱 범죄 3,680건 중 80%에 해당하는 2,932건이 대출사기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사기 비중이 60%를 기록한 점과 비교하면 부쩍 늘어난 수치다.
대출사기 보이스피싱은 은행 및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해 대출 승인 명목으로 신용조정비용과 예치금, 수수료 등을 받아 챙기는 방식을 말한다. 사기범들은 대부업자와 불법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에게서 미리 입수한 개인자료를 이용해 신용이 낮거나 채무가 많은 사람만 골라 접근한다.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기관 사칭 보이스피싱과 비교해 피해자가 더 쉽게 속아 넘어가는 특징을 보인다. 공략 대상도 경제활동이 왕성한 30대(25.2%)와 40대(31.4%), 남성(59.6%)에 집중됐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 상담 경력자들까지 끌어 들여 개인 경제사정에 딱 맞는 금액과 금리를 제시하는 탓에 사기인 줄 짐작 못하는 피해자가 많다”며 “전화상으로 신용등급 조정을 들먹이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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