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년에 규모 3 지진 10~15회, 규모 5 지진은 10년 주기
2005년 이전 5층 이하 건물 ‘위험’… 노후 校舍 등 관심 필요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에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한 지난 16일 오전 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지자체와 소방안전본부로 일제히 접수됐다. 앞서 지난 14일 구마모토현의 규모 6.3 지진에 따른 국내 지진감지를 합하면 신고 건수는 부산 1,500여건, 경남과 울산은 1,400여건에 달했다. 그만큼 지진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컸다. 지진 전문가들은 국내를 지진의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의 연안지역은 연약한 지반 탓에 상상할 수 없는 지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손문(50ㆍ사진)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를 만나 부산을 중심으로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과 피해규모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일본 지진의 여파를 감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크다“일본 구마모토현과 부산의 거리는 불과 300㎞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감지하는데 중요한 요소는 규모보다는 거리다. 지진파는 국경 없이 땅으로 전달된다. 예컨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쓰나미와 원전사고로 이어졌을 만큼 당시 일본에서 엄청난 피해를 몰고 왔지만 국내 지진피해는 없었다. 거리가 300㎞ 내외라고 가정했을 때 고려될 다음 사항은 규모다. 흔히들 지진 규모와 진도의 개념을 혼동하는데 규모는 에너지의 절대량이고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양이다.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가까운 일본 규슈지방에서 발생하면 부산에서도 감지될 수 있다. 규모 8의 지진이 일본 규슈에서 발생한다면 부산시민들은 진도 4~5 정도를 느낄 것으로 보인다.”
-감지 척도인 ‘진도’로 설명한다면“앞서 규모는 절대량이고 진도는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진도 1(규모 3.4 이하)은 지진계에만 기록되며 민감한 사람들 정도만 느낄 수 있다. 진도 2~3(규모 3.5~4.2)은 실내에 있는 일부 사람들만 느낄 수 있고 진도 4(규모 4.3~4.8)는 창문이 흔들리는 정도다. 진도 5(규모 4.9~5.4)는 모든 사람이 느끼고 그릇이 깨지며 방문이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고, 진도 6~7(규모 5.5~6.1)은 건물의 외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에 피해가 생기는 지진이다. 대지진이라고 불리는 진도 10(규모 7) 이상은 교량이 뒤틀리고 건물이 붕괴될 정도가 된다. 지난 14~16일 일본 구마모토현을 강타한 규모 6.5와 규모 7.3의 대지진을 생각해보자. 수치로는 규모 1의 차이가 작다고 생각하겠지만 에너지량으로는 30여배 차이다. 규모 2 차이라면 에너지는 30여배 곱하기 30여배, 즉 1,000배 가량의 힘이 땅을 흔드는 것이다.”
-국내에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나“그렇다. 국내 대다수 학자들도 한반도가 지진의 안전지대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검증은 계기지진 자료 분석, 역사지진 자료 분석, 지질학적 증거 등 3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다. 계기지진 자료는 지진계를 설치해 실제로 관측하는 방법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도 1년에 규모 3 지진이 10~15회 발생하고 규모 5의 지진은 10년에 한번 꼴로 나타났다. 반면 이 연구에는 자료가 축적된 시간이 약 30년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두 번째는 역사지진 자료인데 사료를 보면 삼국사기에 799년 경주지진으로 민가가 부서지고 100여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의 100여명을 현재 수준으로 살펴서는 안 되는 대목이다. 인조실록에는 1643년 전국에 지진이 발생해 울산의 땅이 갈라지고 물이 솟구쳐 올랐고 대구 등 곳곳의 성첩이 무너졌다고 기록돼있다. 이들은 규모 7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밖에 서울지진(1518년), 삼수지진(1597년), 청진지진(1810년) 등도 있다. 학자들은 한반도에 규모 6.5~7 지진이 발생하는 빈도가 약 400년 주기라고 보고 있다. 마지막 지질학적 증거는 활성단층(지진을 유발하는 단층의 위치)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는 양산단층, 울산단층, 일광단층, 동래단층 등 대단층들이 많다. 단층의 활동여부에 따라 지진 발생가능성을 잠재하는 것이다.”
-지진이 발생한다면 국내는 안전한가“지진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후대책이 중요하다.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불행히도 국내, 특히 부산은 상당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연약한 지반에서 진동은 증폭된다. 부산은 낙동강과 연안지역, 매립지 비중이 큰 곳이다. 이들 지역에 지진파가 도달하면 흔들림이 커지고 그 사이로 물이 들어오며 지반이 액상화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건물이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내진설계도 문제로 꼽힌다. 국내 내진설계 기준은 1988년(6층 이상, 연면적 10만㎡) 마련돼 2005년부터 현재 기준으로 정착됐다. 3층 이상 건물이나 연면적 1,000㎡, 높이가 13m 이상인 건물 등이 대상이다. 문제는 1988년 이전 건물과 2005년 이전까지 지어진 5층 이하의 기존 건물이다. 부산의 건축물 내진설계 확보율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치는 26%대에 불과하다. 규모 6.5 지진이 발생했을 때 약 3만6,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소방방재청의 자료를 뛰어넘는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등학교를 포함한 학교 건물은 오래된 건물, 4층 이하의 저층 건물이 많아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2008년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상당했던 중국 사천성(四川省) 지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에서 이학박사를 취득하고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 전임 연구원를 거쳐 현재 부산대 지질재해산업자원연구소 소장,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대한지질학회 감사, 한국암석학회지 편집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한반도 동남부 신생대 지각변형의 주요 특징과 지구조적 의의’ 등 100여편의 논문과 저서를 발간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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