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박건우/사진=임민환 기자
두산 박건우(26)는 올해 들어 몸무게가 8kg이나 빠졌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야구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두산은 지난 겨울 주전 좌익수 김현수(28·볼티모어)가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외야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박건우는 김현수의 공백을 메울 1순위로 지목되곤 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박건우를 후보선상에 올려 두고 유심히 지켜봤다.
하지만 박건우는 시범경기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규시즌 시작 후 안타를 좀처럼 뽑아내지 못하면서 15타수 1안타에 그치는 등 타율이 0.067까지 떨어졌다. 박건우에게 기우는 듯 했던 주전 좌익수 싸움도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태형 감독은 "좌익수 자리는 김재환과 박건우의 경쟁으로 간다"고 선언했다. 박건우는 "입맛도 없어 밥을 못 먹으니 살이 계속 빠지더라. 야구 선수가 야구를 잘 해야 하는데 야구를 못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일찌감치 '바닥'을 찍은 박건우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는 12타수 6안타로 타율 0.500을 올리는 중이다. 김태형 감독의 조언이 박건우를 다시 일으켰다. 김태형 감독은 "박건우가 굉장히 시무룩해있더라. '좌익수가 원래 제 자리냐. 왜 뺏긴 것처럼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재치 넘치는 일침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김 감독은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하길 바랐다. 2군에 보내지 않을 테니 더 즐겁게 하라고 일러줬다"고 덧붙였다.
박건우에게는 힘이 되는 한 마디였다. 박건우는 "작년에는 감독님이 꾸짖으시는 편이었는데 올해는 안타까워 보이셨는지 다정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감독방에 따로 불려가 조언을 들었던 날에는 늘 성적도 좋았다. 박건우는 "올 시즌에 두 번 감독방으로 갔는데 그 때마다 안타를 쳤다. 처음엔 올해 첫 2안타(9일 넥센전)를 때렸고, 또 한 번은 대수비로 들어가서도 타석에서 안타(14일 한화전)를 쳤다"며 웃음지었다.
이제 조금씩 감을 찾아간다. 박건우는 "박철우 타격 코치님과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박 코치님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 영상을 보시고는 전화를 하셔서 '어디가 문제인 것 같다'고 일러주시기도 한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자신을 믿어주는 만큼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 박건우는 "편하게 하라고 해주시는 건 나를 정말 믿어주시는 게 아닌가. 그런 만큼 내가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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