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세종시 어진동 일대에 걸린 세월호 추모 게시물 일부가 철거ㆍ훼손됐다. 추모 게시물은 세종시 시민ㆍ종교단체 등이 참여한 세종시세월호대책위가 세월호 사고 2주년을 맞아 도로변 가로등 기둥에 설치한 것이다. 철거 작업은 신도시 내 자치사무를 관장하는 행정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의 의뢰로 용역업체가 집행했다. 세월호대책위는 ‘표적 제거’라고 의혹을 제기하며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행복청은 민원과 관련 시행령에 따른 정당한 조치였다며 표적 제거를 부인했다. 신도심에 아무 자치사무 권한이 없는 세종시는 이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세종시의 기형적인 자치사무 개선이 지역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세종시와 행복청에 따르면 행정도시특별법 상 신도심은 국가기관인 행복청이, 나머지 지역은 세종시가 각각 자치사무를 맡고 있다. 행복청은 현재 신도심의 도시계획ㆍ공공시설ㆍ문화시설ㆍ도시관리ㆍ주택건축 등 14개의 고유 자치사무를 쥐고 있다.
이 때문에 세종시는 신도심에 시정 홍보를 위한 소규모 홍보시설 조차 행복청의 허가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다. 공동구 설치나 건축 인허가 등 중요 자치사무도 신도심에선 아무 권한이 없다.
고유 지방자치사무를 국가기관과 지자체가 나눠 맡다 보니 기관 간 혼선도 빚어지고, 일부 시민 불편이나 민원도 발생한다. 특히 행복청의 예산 급감과 공공시설물 이관, 각종 행정집행 과정에서 두 기관 간 불협화음이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다.
세종시 한 공무원은 “세종시는 세월호 추모와 관련해 우호적이다. 만일 신도심의 옥외광고물 사무를 맡고 있었다면 시민단체와의 갈등과 의혹 등이 나왔겠느냐”고 말했다.
두 기관의 역할 재조정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사실상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4ㆍ13 총선에서 두 기관의 업무 분장과 역할 재조정을 공약으로 내건 이해찬 후보가 당선된 데다 이춘희 시장도 필요성을 적극 피력하고 있어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달 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행복청의 지방사무는 세종시로 이관하고, 행복청은 기업과 대학유치 등 자족기능 확충에 집중토록 역할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행정도시특벌법 개정에도 나서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세종시가 행복청을 흡수해 완전한 지방자치사무를 관장토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당선자는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이춘희 시장도 총선 다음날인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시 건설이 올해부터 2단계로 접어든 만큼 두 기관 간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해 지자체 고유 업무 등은 세종시가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행복청이 갖고 있는 지방자치 사무 가운데 옥외광고물 관리와 건축업무, 건축물 미술 장식, 주택업무 등은 이관 받아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 당선자가 관련법 개정에 착수하면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 제공 등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세종참여연대 김수현 사무처장은 “행정의 이원화로 비효율성과 재정낭비, 시민 불편이 야기되고 있다”며 “어차피 세종시 건설은 2020년이면 거의 끝난다. 경쟁적 통합은 아니더라도 자치사무 위주로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복청은 지방사무의 세종시 이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행복청에선 수천종의 지방사무 중 행복도시 건설에 꼭 필요한 것만 관련 법에 따라 관장하고 있다”며 “행복도시의 체계적이고 일관적인 건설, 당초 계획대로 최고의 명품 도시로 건설하기 위해선 행복청이 관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획조정관은 “세종시가 지방사무를 내놓으라고 하는 데 그게 명품도시 건설에 무슨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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