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제비 돌아오다
봄비가 그치면 땅 가까이 곡예를 하듯 날아다니던 제비들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도시에서 제비들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삶의 터전과 곤충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제비를 지난 주말 비가 잠시 그친 전북 고창보리밭에서 만났다. 바람에 일렁이는 청보리 물결 사이로 날렵하게 날으며 먹이를 찾는 제비들의 모습을 보며 왜 ‘물 찬 제비’라 불렀는지 알았다. 제비의 몸집은 참새와 비슷하다. 그러나 곡류를 먹는 참새와 달리 제비는 곤충만 먹고 산다. 주로 메뚜기나 딱정벌레 등을 먹는데, 농부의 입장에서 보면 농산물에 해를 끼치는 것들만 잡아먹어 고마운 존재라 할 수 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곳 가까이에 집을 짓고 산다. 추운 겨울에는 잠시 따뜻한 곳으로 날아갔다가 봄이 오면 다시 되돌아온다. 그래서 긴 겨울 추위에 지친 사람들은 제비가 ‘귀향’하면 생기를 되찾는다. 겨우네 메말랐던 대지를 봄비가 적셔주듯 제비는 잠자고 있던 생의 본능을 깨워준다. 20일은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곡우다. 고마운 곡우비가 잠시 그치면 푸른 보리는 바람 따라 파도처럼 춤을 추고 제비들은 그 사이를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을 것이다. 생명이 움트는 들판을 바라보며 올가을 풍년을 기원해 본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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