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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원 “머리카락 주인 몰래 친자확인, 손해배상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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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법원 “머리카락 주인 몰래 친자확인, 손해배상 해야”

입력
2016.04.1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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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동의 없는 불법 유전자 검사

검사기관의 책임 인정한 첫 판결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당사자 몰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장면
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당사자 몰래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는 장면

머리카락 주인 몰래 친자(親子) 확인 감정을 하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본인 동의 없는 불법 유전자 검사에 대한 검사기관의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알려졌다.

C씨는 2013년 2월 아들과 갓 100일을 넘긴 손녀의 머리카락을 뽑아 사설 유전자 검사기관인 H사를 찾았다. “요즘 손주가 태어나면 친자확인은 한번씩 해보는 게 유행”이라는 친구의 말에 시작한 일이다. 서면동의서에는 아들 A씨와 며느리 B씨의 이름 대신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얼마 뒤 시료가 부족하니 머리카락을 더 보내라는 H사의 요청에 C씨는 결국 A씨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머리카락을 뽑아 보냈다. 결과는 ‘불일치.’ 친딸이 아니라는 결과에 놀란 A씨에게 H사는 “유전자 검사는 오류가 있을 수 없다”며 “정확한 결과를 알고 싶으면 애 엄마 B씨의 머리카락을 가져오라”고 했다. A씨는 “그건 어렵다”고 거부했다.

이 일로 A씨 부부의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고 말았다. B씨는 “남편과 낳은 친생자가 분명하다”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A씨와 C씨는 믿어주지 않았다. 상심한 B씨는 그 길로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갔고,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하지만 얼마 뒤 유전자 검사 결과에 오류가 있음이 밝혀졌다. A씨 부부는 H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A씨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동의를 받지 않고 유전자정보를 채취한 것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부장 이대연)는 H사에 대해 “B씨에게 1,700만원을, A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한 1심과 같이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판결은 양측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기의 법정대리인인 부모 모두에게 서면동의서를 받지 않고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정신적 손해를 입혔다”며 무단으로 유전자 검사를 한 것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유전자 검사기관은 검사대상자의 적법한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하다면 검사 의뢰자에게 서면동의와 설명의무에 관해 알려줘야 한다”며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B씨의 머리카락을 가져오기 어렵다는 답변을 통해 B씨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H사가 잘못된 결과를 통보해 정신적 고통을 준 데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검사결과에 의문을 품고 찾아온 A씨에게 검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한 체 친생자가 아니라는 잘못된 결과를 단정적으로 표현해 이들 부부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입혔으므로 그에 대한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 부부를 대리한 김철호 변호사는 “제3자가 검사대상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친자감정을 하는 실태에 제동을 건 판결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본인 몰래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돈벌이 때문에 계속되는 불법 검사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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