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일부 원유철에 힘 싣기에
정두언 “권력에 입안의 혀 노릇”
탈당파 복당 문제도 연일 시끌
이혜훈 “민심은 미적분 수준인데
당은 산수하고 있다” 쓴소리
4ㆍ13 총선에서 민심의 호된 회초리를 맞은 새누리당이 물밑에선 고질적인 계파 싸움을 계속하고, 탈당파의 복당을 놓고도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 저변에서는 “바닥을 쳐야 정신을 차리려느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비박계 소장그룹 일부는 심야회동을 열어 혁신 논의를 시작해 정풍 운동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22일 전국위원회에 상정될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장안’을 놓고 새누리당 내 논란은 갈수록 격화하는 형국이다. 18일에는 친박계 이우현ㆍ이현재ㆍ홍철호 의원이 ‘원유철 비대위’에 힘을 싣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황영철ㆍ김세연ㆍ이학재 의원 등 비박계와 중도파 의원 5명이 “혁신 비대위가 돼야 한다”며 낸 반대 성명의 맞불 성격이다.
이우현 의원은 “이미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됐으니 결정대로 가야 한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비대위원장안을 흔들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들은 그러면서 “추후 비대위 구성이나 향후 당 운영 문제 해결과 관련해선 새누리당 3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 여론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비박계는 이날 심야회동을 갖고 ‘원유철 비대위’ 반대의 뜻을 재확인하고 당내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회동에는 17일 ‘혁신 비대위’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린 황영철ㆍ김세연ㆍ이학재ㆍ오신환 의원과 주광덕 당선자에 더해 김영우ㆍ박인숙ㆍ하태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총선에서 드러난 엄중한 민심을 받드는 첫 단추는 비대위 구성”이라며 “비상상황을 돌파하려면 ‘원유철 비대위’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2일로 예정된 전국위 소집을 취소하고 하루 빨리 당선자 총회를 열어 비대위 구성과 관련된 당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내용을 정리한 연판장을 마련, 20대 총선 재선이상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비박계 중진인 정두언 의원도 본보와 통화에서 “당이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 듯하다”며 “잘못에 대한 사과도 없고, 책임도 안 지고, 변화의 길 제시도 없으며, 사람마저 그대로 가고 있다”고 혀를 찼다. 원 원내대표를 향해선 “권력을 위해 입 안의 혀처럼 군 사람이 그 사람”이라며 “희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총선 민심의 수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당의 안일한 상황 인식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비박계인 이혜훈 당선자는 “기득권 지키기에만 매몰된 여당에 민심은 대개혁을 촉구한 것”이라며 “민심은 미적분 수준인데, 당은 산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총선 당선자 중 98명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현재 권력이 사정권을 갖고 있으니, 눈치를 보는 분위기도 느껴진다”는 말도 나온다.
공천 파동으로 탈당했던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를 놓고도 이견이 여전하다. 특히 보복공천의 피해자인 유승민 의원과 ‘막말 파동’으로 탈당한 윤상현 의원을 두고 온도 차가 있다. 친박계 유기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원내 제2당이 됐다고 인위적으로 1당으로 만드는 형식을 취한다면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다음날 무더기 복당을 허용한 당 지도부의 방침을 비판한 것이다. 유승민 의원 복당에 대해선 “특정 개인의 복당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지만, 친박계 내부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하다. 반대로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상향식 경선을 거쳐 정정당당하게 후보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있고, 공천판을 난잡하게 만든 장본인들도 있다. 일부 당선자는 받아선 안 된다”며 윤상현 의원의 복당 움직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또 차기 당권과 관련해 친박계 내부에는 “임기 후반 박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운영에 매진하려면 당 대표는 친박계가 맡는 게 순리이고, 어차피 당내 다수도 우리”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박계 일부 당선자는 벌써부터 차기 당권 도전을 준비하며 세 모으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가 다시 당권을 맡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여전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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