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ㆍ화장품 등 기업 재고자산 담보
담보가치 10% 수준 대출해주고
투자자에 年 7%대 세후수익 제공
담보물 우선매입자 선정 손실 방지
30대 회사원 장모씨는 작년 5월 문을 연 P2P(Peer to Peerㆍ개인 간) 대출 업체 ‘팝펀딩’이 진행하는 ‘동산담보대출’ 투자로 쏠쏠한 이자수익을 벌고 있다. 은행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세전 연 10~14%)이 투자를 결심한 결정적 계기였지만 그밖에 장씨의 눈길을 끈 매력도 많았다. 무엇보다 담보가 설정돼 있고, 대출액 규모가 담보물 시가의 10%를 갓 넘는 수준에 불과한데다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담보물을 처분할 우선매입대상자도 선정돼 있어 손실 가능성이 낮았다.
50만원으로 시작한 장씨의 동산담보대출 투자액은 지금까지 팝펀딩이 중개한 관련 대출 33건에 2,850만원까지 늘었고 수익을 다시 재투자하기도 했다. 장씨는 “담보가 있는 대출이어서 투자 위험이 적고 세금과 중개 수수료를 떼도 연 7%대 수익을 낸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보다 자금 회전이 빠르고 수익도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간 개인간 대출 중개에 머물렀던 P2P대출 투자가 진화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매력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은행권이 난색을 표하는 동산담보대출이라는 틈새 시장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은행 예ㆍ적금은 물론, 4~5%대 ISA의 기대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에 투자자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그간 대부업체를 기웃거려야 했던 대출 희망 사업자에겐 중금리 대출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동산담보 P2P대출을 취급하는 중개업체는 팝펀딩과 키핑펀딩이 대표적이다. 키핑펀딩의 경우 기존 ‘전당포’와 비슷하게 명품 가방이나 카메라, 귀금속 등을 담보로 P2P 대출을 중개하는 형태. 이에 비해 팝펀딩은 기업의 재고 자산, 납품할 제품 등을 담보로 보다 큰 규모의 투자와 대출을 중개하고 있다.
작년 5월 시작한 팝펀딩의 동산담보대출 투자 서비스는 18일 현재 34건이 성사됐다. 누적 투자자 수는 3,345명, 투자 금액은 39억원을 웃돈다. 참여 기업당 평균 대출금액은 1억1,600여만원이다.
투자하는 담보의 종류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의류 20건, 구두 및 신발 10건, 가방 등 잡화 3건, 화장품 1건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 조만간 홈쇼핑 방송을 앞둔 제조업체의 생산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될 예정이다.
투자자들이 동산담보대출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개업체는 대출을 희망하는 업체의 재고자산을 담보로 설정하고 이를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투자자들이 모여 대출 희망액수를 넘어서도, 중개업체는 대출금을 지급하기 전 담보제공자가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담보물을 우선 매입해 잔여 상환금을 대신 지급할 대상자(우선매입대상자)를 물색한 뒤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대출한도를 담보가치보다 훨씬 낮게 설정하는 것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가령, 가장 최근 투자가 마감된 의류 담보 투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판매되면 18억원 어치로 평가되는 의류 제품의 담보액은 3억4,000만원으로 설정했다. 담보 제공자가 대출 상환을 못할 경우 담보물을 특가나 염가로 판매해도 3억4,000만원은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담보제공자가 신청한 대출 금액은 담보 평가액보다 낮은, 정상판매 예상가격의 9% 수준인 1억6,500만원이었다. 이런 안정성 덕에 팝펀딩의 동산담보대출 투자자 중 40% 가량(약 1,200명)은 5건 이상의 대출에 동시 투자하고 있다.
투자에는 회원가입과 실명인증이 필요하다. 실명인증이 완료되면 가상계좌가 주어지는데 투자금을 입금하고 투자를 원하는 업체를 고르면 된다. 보통 6~9개월 만기로 매월 이자를 가상계좌로 나눠 받다가 만기에 원금을 상환 받는다. 다만 은행예금은 이자소득세(15.4%)보다 높은 27.5%를 소득세로 내야 한다. P2P 대출로 인한 수익은 소득세법 상 ‘비영업대금의 이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9개월 만기로 연 11% 이자를 약속한 동산담보대출에 1,000만원을 투자할 경우,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은 53만8,314원이다. 예정이자는 월 9만1,667원이지만, 수익의 27.5%(2만5,208원)를 원천징수하고 수수료(6,646원ㆍ원천징수 후 이자 수익의 10%)를 제한 것이다. 9개월간 실제 수익율은 5.4%, 12개월로 환산하면 세후 수익률은 연 7.2%다. 아직 부실로 인한 투자자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다.
새로운 형태의 투자에 대한 생소함이나 P2P 대출에 대한 법령이 미비해 중개업체가 통신판매ㆍ대부업으로 등록해야 하는 점은 투자에 앞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실질 투자 수익이 높은데도 인지도가 낮은 현실 역시 이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P2P업체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은행 등과도 제휴가 이뤄지고 있다”며 “중소 기업에 대한 새로운 투자 방법으로 부상하는 동산담보대출에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투자를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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