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발언에 주가 8%p 급락
업계도 “용선료 협상 중인데…”
“법정관리 땐 선주들 큰 피해”
고도의 계산된 시그널 분석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대상선을 기업 구조조정 부진의 대표 사례로 꼽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해운업계의 불안감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유 부총리의 발언에 갖가지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18일 현대상선 주가는 8% 이상 급락했다.
앞서 유 부총리는 15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해운사 구조조정이 예정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가 액션(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제일 걱정되는 회사가 현대상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 부총리가 “용선료(선박 임대료)협상 결과가 중요한 데, 잘 될지 자신하기 어렵다”고 언급한 여파로, 18일 국내 증시에서 현대상선 주가는 전일 대비 8.01%나 급락했다. 정부가 최근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의 결과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로 시장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당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용선료 협상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현대상선이 파국(법정관리)을 맞을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아직 협상 결과를 비관할 근거도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측은 “협상 분위기 자체는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 용선료 협상을 가능한 이달 내 마무리 하고 6월까지 채무 재조정에 나선다는 것이 그룹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대상선이 운영하는 화물선 125척 중 84척은 그리스, 영국 선주들로부터 용선료를 내고 빌리는 배인데, 과거 호황기에 고가의 용선 계약을 맺은 탓에 운임 단가가 낮아진 지금은 배를 띄우면 띄울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현재 현대상선은 이달 말을 목표로 외국 선주들을 찾아 다니며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협상 과정에서 용선료를 20% 정도 깎아주는 대신 인하 분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선 유 부총리의 발언에 갖가지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등 자구노력을 병행하며 협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정부도 ‘액션’을 취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굳이 현대상선을 지목한 게 실수가 아니라면 고도의 시그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선주 측에 ‘용선료를 내려주지 않으면 현대상선을 법정관리로 보내 더 큰 피해를 입게 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측면지원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유 부총리 발언은 특별한 의미가 없으며 당장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산업은행과 세렌디티피로부터 각각 1000억원, 1200억원을 신규 단기 차입했다고 18일 공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상선의 단기 차입금은 6544억원에서 8744억원으로 2200억원 증가했지만,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소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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