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2일 전세계 196개 국가는 우리 인류를 기후변화 위협에서 구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신(新)기후체제의 막을 올렸다. 우리 인류가 현재의 탄소경제에서 저탄소경제, 더 나아가 무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한 세계 문명사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탄소에너지 연소 후 지구생태계에게 남는 흔적인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주원인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탄소경제의 지속가능성은 화석에너지의 고갈 위험성으로 위협받아왔다. 그러나 탄소경제는 화석에너지의 고갈이 아니라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로의 대체에 의해 끝날 운명으로 보인다.
세계는 이미 발 빠르게 저탄소경제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 대비 8.5% 증가해 발전설비 용량순 증가분 58.5%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에 새로 만들어진 발전설비 10개 중 6개는 화력발전소가 아니라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소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2009년 이후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15.6%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증가 원인이 주요 선진국과 확연히 달라 현재의 신재생에너지 성장이 사상누각은 아닐지 걱정된다. 에너지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선진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성장세는 주로 기술발전과 더불어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시장에서의 자발적 선택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증가는 RPS 제도와 같이 강제성을 띤 정책 등에 의한 비자발적인 증가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정부지원에 크게 의존한 채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신재생에너지가 외국에 비해 자생력이 떨어지는 원인은 기술개발 부진과 중앙정부와 공기업 중심의 보급정책으로 인한 지방정부와 민간 참여 부진 등도 꼽을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에너지정책의 근간은 싸고 품질 좋은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저에너지 가격정책이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수급 안정성이 높은 석탄과 원자력의 비중 확대로 나타났다. 단순 가격 경쟁력만으로 평가하면 재생에너지는 아직 타에너지를 이겨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저유가 추세는 화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어,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기술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은 자칫 추풍낙엽 신세가 될 지경이다.
저에너지 가격체계를 개편하고 적정한 환경비용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저에너지 가격체계는 저탄소 사회로의 이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가격경쟁력 확보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손꼽힌다. 저에너지 가격체계의 개편과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비용의 적정한 반영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경제활동 전반을 저탄소형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는 파리협정에 전 세계 국가가 동참했다는 사실은 중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술개발과 함께 에너지가격체계를 정비하고, 다양한 주체들의 유기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에 기반해 보급을 확대해 나간다면, 신재생에너지는 효과적으로 신기후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며, 나아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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