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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절세와 탈세

입력
2016.04.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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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저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는 절세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일종의 세(稅)테크 기법이지만, 조세 회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그는 절세를 하려면 개인도 기업을 설립해 비용을 처리하라고 강조한다. 또 정부의 규제와 규칙을 잘 알아두라고 한다. 월급쟁이 처지에서 볼 때 선뜻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설립을 통해 개인 자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방식이다.

▦ 글로벌 기업도 조세 회피를 위해 총력을 펼친다. 회피 수단으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 조세피난처 활용이다. 영국의 비정부기구인 옥스팜이 최근 ‘상층부가 망가졌다’(Broken at the Top)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 50대 기업이 조세피난처에 1,608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1조4,000억 달러의 자금을 숨겼다고 폭로했다. 애플(1,810억달러) GE(1,19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080억달러) 등이 선두그룹을 차지했다. 제약사인 화이자,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정상적 기업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한다.

▦ 일부 기업은 이익 대부분을 조세피난처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해 왔다. 또 애플과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둔 것도 절세 차원이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로 유럽에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실 조세 회피를 위한 노력은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있었다. 아테네 등 도시국가가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비과세 지역인 지중해 델로스 섬 등에 수입품을 은닉했다. 특히 1789년 프랑스 혁명과 1ㆍ2차 세계대전 때 유럽의 자금이 스위스 등지로 대거 옮겨갔다.

▦ 절세와 탈세는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래서 절세와 탈세를 둘러싸고 기업과 정부가 숨바꼭질하는 것이다. 조세피난 자산 규모는 세계 GDP의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역외탈세 규모 역시 방대할 수밖에 없다. 이들 자산에 대한 과세가 순조롭지 않을 경우 결국 세원 포착이 쉬운 곳으로 과세가 옮겨간다. 담뱃세처럼 서민에게 전가될 소지가 크고, 국가 단위로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역외탈세를 막기 위한 국가 간 공조가 시급한 이유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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