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7개월 만에 구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의 상황전파 시스템이 뚫려 18시간 작동을 멈췄지만, 해경은 단순 사고로 치부하고 쉬쉬하며 넘어갔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상황전파 시스템은 선박 전복사고 등 긴급 상황 발생시 보고를 받고 대응 방향을 지시 공유하는 등 전체 관제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핵심 체계다. 세월호 사고 당시 해경은 해상 경비 및 관제 등 초동 대응 소홀과 구조 과정에서의 미숙한 지시로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해경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긴급 사고 발생 시 핫라인의 역할을 해줄 상황전파시스템이 먹통이 됐는데도 한달 간 전혀 몰랐고, 이후에도 사고를 감추는 데만 급급했던 것이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국가 사이버안전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11월 7일 해경의 상황전파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18시간 동안 일부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단순 오작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시스템을 관리하다 2013년 6월 이후 계약이 만료돼 업무에서 손을 뗀 외부 민간업체가 불법으로 접속해 소스코드 등 일부 전산자료를 삭제하면서 오류가 났던 것이다. 해경이 이 업체와의 계약이 끝난 뒤에도 아이디 등의 관리자 계정을 변경하지 않았던 것이 일차적 문제였다. 이 같은 사고는 그 해 10월 17일 등 3차례나 발생했지만 해경은 사고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일시적인 오작동으로 여겼다. 결국 18시간이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지경이 돼서야 해경 담당자는 부하직원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뒤늦게 파악했고, 이후 업체의 단순 실수로 결론 내리고 사건을 덮어 버렸다. 이 업체는 새롭게 계약한 업체의 과실로 몰기 위해 시스템에 접속해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다행이 당시 시스템이 멈춘 18시간 동안 해상에서 선박 사고는 따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당시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건을 임의로 덮어버린 해경 계장에 대해 정직처분을, 부하직원에 대해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내리라고 통보했고, 업체에 대해선 고발 조치를 내렸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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