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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광저우 팬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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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오는 광저우 팬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포항

입력
2016.04.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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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프로축구 최고 인기구단인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원정을 가면 늘 수 천명의 팬들이 함께한다. 작년 5월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광저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4,000 여명의 광저우 팬들이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 한 쪽을 가득 메운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중국 프로축구 최고 인기구단인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원정을 가면 늘 수 천명의 팬들이 함께한다. 작년 5월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광저우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4,000 여명의 광저우 팬들이 붉은 옷을 입고 경기장 한 쪽을 가득 메운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2,000여 명의 광저우 팬들이 포항으로 몰려온다.

포항 스틸러스는 1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5차전을 치른다. 포항은 광저우 구단에 2,000여 장의 입장권을 팔았다. AFC 규정상 홈 구단은 원정 응원단에 수용인원의 최소 5%를 할당해야 한다. 스틸야드(1만7,890석)의 5%는 890석이다. 하지만 광저우는 훨씬 웃도는 2,000장을 구매했다. 경기 당일 원정 응원석을 가득 채우겠다는 심산이다.

중국 프로축구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광저우는 최고 인기 클럽이기도 하다. 해외 원정 경기마다 수 천 명의 팬들이 함께 한다. 광저우 팬들은 작년 5월 경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에서도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약 4,000여 명 중국 팬이 구단의 상징색인 붉은 옷을 입고 운동장 한 쪽을 가득 메웠다. 이번에는 수도권이 아닌 남쪽 지방 포항이라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2,000여 명의 적지 않은 인원이 집결을 예고했다. 이 중 500여 명은 광저우에서 날아왔고 나머지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국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의 심경은 조금 복잡하다.

광저우에 판 티켓은 장당 1만5,000원. 입장권 매출로 앉아서 3,0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홈구장이 자칫 상대 안방 같은 분위기가 연출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챔피언스리그는 주중인 화ㆍ수요일 저녁에 열려 주말에 비해 관중 몰이가 쉽지 않다. 포항은 올 시즌 두 번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홈경기를 소화했는데 7000명, 4,247명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원정 팬이 더 많거나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포항 관계자는 “광저우 팬들이 많이 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팬들도 평소보다 더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 모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두 팀이 멋진 경기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5월 성남FC와 광저우의 경기 때도 원정 팬이 대거 몰린다는 소식에 성남 시민들이 앞다퉈 경기장을 찾아 총 1만4,000여 명이 입장해 뜨거운 열기 아래 경기가 펼쳐졌다.

모처럼 대규모 중국 축구팬들이 포항을 찾는데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은 아쉽다.

포항 시내에는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 북부 해수욕장 쪽에 최근 생긴 오성급 호텔은 광저우 선수단이 묵고 있어 관광객이 오기 힘들다. 중국 팬들은 인근 경주나 부산에서 숙박을 하고 포항으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포항과 광저우 모두 벼랑 끝에 몰려 있어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포항은 1승1무2패(승점 5)로 조 3위, 광저우는 2무2패(승점 2)로 꼴찌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진출권을 따려면 두 팀 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광저우는 21명의 선수 외에 코칭ㆍ지원스태프만 30여 명을 대동해 전체 선수단 규모가 50 여명에 이른다.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만 3명이나 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광저우 사령탑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끈 세계적인 명장 루이스 스콜라리(68) 감독이다. 그는 경기 전날인 18일 기자회견에서 “16강 진출을 자신 한다”고 큰소리쳤지만 사실 포항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분요드코르를 이끌 때인 2009년 9월,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포항에 1-4로 참패한 적이 있다. 당시 분요드코르는 엄청난 재력을 앞세워 히바우두(44) 등 세계 최고의 스타를 보유한 우승 후보였지만 포항의 벽에 막혔고 오히려 포항이 분요드코르를 누르고 4강에 올라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진철(45) 포항 감독은 “승점 1은 무의미하다. 이번 경기는 총력전이다”고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윤태석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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