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모든 래퍼들은 빛을 보기까지 10년 걸렸죠. 올해 제가 그렇습니다."
래퍼 파로에게 2016년은 전투력으로 중무장 된 해다. 대중은 생소하게 여길 이름이지만 어느덧 데뷔 10년째다. 뚝심 있게 걸어온 덕에 힙합 세계에선 걸출한 실력자로 통한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실력을 보여줄 때다.
래퍼 스윙스나 산이, 그레이 등 모두 경력 10년 무렵일 때 대중의 사랑을 얻기 시작했다. 파로의 위안거리이자 승부욕을 자극시킨 요소이기도 하다.
파로는 "버틴 사람들은 10년이 되면 뭐라도 나오는 것 같다. 어린 친구들은 쓸 수 없는 작품들이 터진다"며 "힙합에 무작정 달려들었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면서 10년이 흘렀다. 이제 내 무기를 보여줄 차례"라고 당차게 각오를 밝혔다.
파로가 보여줄 무기는 가을쯤으로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4일 싱글 '선셋 비치(Sunset Beach)'을 발매하며 신호탄을 쐈다. 파로는 싱글 3~4곡을 더 발표하고 정규앨범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파로는 "생각한 시나리오는 9~10월에 정규 앨범으로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지금 내는 싱글들이 회자면서 '아 이런 곡도 했던 사람이구나'라고 다시 재조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로의 10년은 '역경'으로 축약된다. 고등학교 시절 그레이와 같은 힙합 동아리로 시작해 군 전역 후 본격적으로 힙합과 인연을 맺었다. 출발은 좋았다. 세계 최초 힙합 밴드 형태로 대형 음반사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외부 요소로 프로젝트는 무산됐고 6개월간 만든 100여 곡은 누군가에게 도둑 맞았다. 어느 아이돌 그룹의 노래로 혹은 영화 BGM 등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곡이 흘러나왔다.
파로는 "사기를 두 번이나 크게 당하니 아무도 못 믿겠더라. 아예 혼자 하겠다고 주머니를 다 털어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며 "지나고 나니 모든 게 목표를 앞당기려는 욕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보통 사람은 견디기 어려운 환경과 분위기. 함께 음악을 시작한 동료들이 하나 둘 다른 길로 떠났다. 그럼에도 파로는 계속해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우직한 근성이 한몫을 했다. 한 번 시작하면 정점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축구, 크로스핏, 서핑 등 운동에서도 취미 이상의 선수급 실력을 갖고 있다. 야구는 유년시절 선동열에게 던지는 법을 배워 130km 넘는 구속을 갖고 있다. 군생활도 특별하게 전군을 통틀어 8명만 착출된 특전사 간부 조교 출신이다.
파로는 "나의 10년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매 순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한계를 뛰어넘는 시간이었다"며 "내 선택의 대가라 생각하고 때를 기다렸다. 그 동안 쌓은 실력을 압축시킨 음악이 계속 나올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다"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진=마피아레코드 제공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