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표선파출소, 순찰대 운영
주민 등 170명 구성 5월말까지
지난 17일 오후 5시31분 제주경찰 112지령실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가 접수됐다. 60대 어머니가 고사리를 채취하러 갔는데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모르겠다고 딸인 자신에게 전화가 왔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길을 잃은 오모(65)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나선 결과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목장 인근으로 확인되자, 목장 인근에 위치한 서귀포시 표선파출소에 수색 지시를 내렸다. 표선파출소 직원들은 즉시 주변 지리에 밝은 ‘모다드렁(모여들어) 고사리순찰대’ 소속 대원 15명을 소집해 현장에 투입, 수색작업을 벌였다. 결국 수색작업을 시작한 지 1시간30여분만인 이날 오후 7시쯤 해비치골프장 인근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던 오씨를 발견해 가족들에게 인계했다.
4월 들어 본격적인 고사리 채취기간을 맞아 제주지역 곳곳에서 길 잃음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17일까지 벌써 25명이 구조됐다. 매년 봄이 되면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광경이다. 이 때문에 제주경찰이 신속한 실종자 수색을 위해 고사리순찰대를 운영하고, 수색 작업에 ‘무인 항공기(드론)’까지 투입키로 했다.
서귀포경찰서 표선파출소는 관할지역에 목장과 오름(기생화산) 등이 많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매년 고사리 채취객들의 길 잃음 사고가 반복되자 올해 처음으로 주변 지리에 밝은 주민들과 경찰, 지역단체 회원 등 170명으로 구성된 ‘모다드렁 고사리순찰대’를 고사리 채취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안계근 표선파출소장은 “고사리 순찰대는 고사리 채취객 실종현장에서 경찰과 119구조대와 함께 합동수색을 실시하고 실종예방 홍보활동 등도 전개할 예정”이라며 “고사리 순찰대 소속 주민들은 주변 지리에 밝기 때문에 수색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경찰청도 이날 한국드론협동조합 제주지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사고를 비롯한 기타 실종사건 발생시 경찰의 요청이 있으면 드론조합에서는 드론 및 운용인력을 지원해 경찰인력이 수색하기 어려운 곶자왈(용암숲지대)을 비롯한 중산간 지역 등에서 수색 활동을 벌이게 된다.
봄이 되면 제주 중산간에 위치한 목장들을 비롯해 오름, 곶자왈지역 등에는 고사리 채취객들이 발길이 이어진다. 고사리 채취를 위해 땅만 보고 걷다 보면 방향감각을 잃어 버려 주변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채 길을 잃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 제주에서 발생한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사고는 지난 2013년 50명에서 2014년 73명, 지난해 60명 등 매년 발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사리 채취시 반드시 일행을 동반하고 휴대전화, 호각 등 장비를 반드시 갖추는 등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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