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유람’투어 매달 2회 운영
공구ㆍ조명ㆍ인쇄 등 도심산업 밀집
1970~80년대 서울 모습 간직
구민해설사 안내받으며
폭 30m, 2.7㎞ 90분 코스
녹두전ㆍ양대창 등 곳곳 숨은 맛집
1970~80년대 서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발길이 멈추는 곳이 있다. 바로 쇠락한 골목들이 얽혀있는 중구 을지로 일대다. 한복판 숨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천천히 걸으며 서울의 과거로 유람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서울 중구는 을지로 골목에 숨은 볼거리와 이야기를 체험하는 골목길 투어 ‘을지유람’을 오는 23일부터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에 운영한다고 18일 밝혔다.
을지유람은 구민해설사들의 안내로 타일ㆍ도기거리, 송림수제화, 원조녹두, 노가리골목, 양미옥, 공구거리, 통일집, 조각거리, 조명거리 등을 둘러보는 체험 코스다.
을지로는 서울시청에서 을지로3가를 경유해 을지로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폭 30m, 길이 2,7㎞ 도로다. 이 도로에는 공구, 조명, 타일ㆍ도기, 인쇄, 기계 등 다양한 도심산업이 밀집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타일 산업은 6ㆍ25 전쟁 후 무너진 도시의 재건을 하며 급격히 발달해 처음에 3곳뿐이던 가게가 현재 140개를 넘는다. 전쟁 때는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군수품이, 섬유류가 호황일때는 을지로 미싱상가가, 6ㆍ25 이후의 도시 재건을 위해서는 을지로 조명과 타일도기, 가구가 호황을 누렸다. 청계천 수표교~관수교 남단 350m에는 530여 개의 공구상점들이 모여있고, 을지로3가역과 중구청 사이인 창경궁로 일대에는 조각금형 점포 360곳이 밀집해있다. 수작업으로 금형을 만들어 제품을 찍어내 수출하던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1mm도 안 되는 활자를 징과 망치로 만들어내는 고도의 숙련가들이 활동 중이다.
상권이 활발했던 시절부터 발달한 맛집도 인기다. 서울시의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노가리골목은 퇴근시간 무렵부터 노가리와 생맥주를 주문하는 손님들로 붐빈다. 노상에 앉아서 노가리와 생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맛 좋고 저렴한 전을 판매하는 원조녹두, 고 김대중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이름난 양과 대창 전문점인 양미옥, 설렁탕집으로 유명한 이남장, 평양 냉면으로 이름난 을지면옥 등 소문난 맛집들이 투어코스에 포함됐다.
최창식 구청장은 “을지로는 과거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사를 바꾼 산업역군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면서 “을지유람을 통해 을지로의 참 멋을 느껴보고 도심재창조라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을지로 일대 도심산업이 유지 발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유람 참여 신청은 중구청 홈페이지(junggu.seoul.kr)에서 하면 된다. 1회당 인원은 10명 이내이고, 코스를 전부 돌아보는 데는 약 90분이 걸린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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