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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할머니들 시집‘시집살이 詩집살이’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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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할머니들 시집‘시집살이 詩집살이’출간

입력
2016.04.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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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농사와 시집살이 등 삶의 애환 시로 녹여 내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 할머니들이 마을에 있는 길작은 도서관에서 자신들이 만든 손모양석고상을 들어 자랑하고 있다. 길작은 도서관 제공/2016-04-18(한국일보)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 할머니들이 마을에 있는 길작은 도서관에서 자신들이 만든 손모양석고상을 들어 자랑하고 있다. 길작은 도서관 제공/2016-04-18(한국일보)

“눈이 사뿐사뿐 오네 / 시아버지 시어머니 어려와서 / 사뿐사뿐 걸어오네”(김점순의 ‘눈’)

전남 곡성군 입면 서봉마을에 사는 70~80대 할머니들이 자신들이 삶의 애환을 담은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출판사 북극곰)를 출간했다.

저자는 김막동 김점순 도귀례 박점례 안기임 양양금 윤금순 조남순 최영자 할머니 9명이다. 책은 그 동안 할머니들이 틈틈이 쓴 124편의 시와 자화상 등을 담고 있다. 지난 15일 출간된 이후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할머니들은 시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담담하게 또는 애절하게 노래했다. 책 제목인 ‘시집살이 詩집살이’는 할머니들이 며느리로서 살아온 ‘시집살이’와 뒤늦게 한글을 배우고 시작한 ‘詩집살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할머니들이 늦깎이로 한글을 깨우치고 시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이 마을에 들어선 ‘길작은 도서관’김선자(46)관장 덕분이다. 2004년 이 곳에 귀촌한 뒤 18평 규모의 작은도서관을 연 김 관장은 할머니들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한글공부방을 열었다.

동시와 그림책을 보면서 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렸다. 늦게 글을 배우니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였지만 배우려는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다. 할머니들은 일하다가 생각나서 적었다며 이면지에 시를 써오기도 하고 달력 뒷장에 그림을 그려오기도 했다. 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나니 새로 눈을 뜬 것처럼 딴 세상을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3년 과정의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은 한평생 가슴 속에 간직했던 한과 일상을 시로 녹여냈다. 2013년에는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할머니 2명이 장려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4명이 곡성문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려대 교수인 이영광 시인은 추천사에서 “놀랍고 감동스럽다”며 “단순히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시 모음집이 아니라 빼어난 시집”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할머니들의 시를 보면서 시는 원래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다”며 “시집살이와 농사일로 버무려진 고단한 삶이 합쳐져 눈물겨운 시의 꽃밭으로 피어났다”고 평했다.

한편 곡성군은 2014년부터 교육부 주관 지역 평생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에서 2년 연속 국비를 지원받아 행복학습센터를 운영해왔다. 이 센터에서는 성인문학 한글반을 운영하면서 특별히 시 쓰기 수업을 시작했고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곡성=김종구기자 sori@hankookilo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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