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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관련 전격사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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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가습기살균제 관련 전격사과, 왜?

입력
2016.04.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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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마트가 와이즐렉(롯데마트 PB상품 )의 가습기 살균제로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와 보상을 결정했다.

18일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뒤늦은 사과와 보상안을 내놓은데 대해서 반성의 뜻을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가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 방안을 내놓는 것은 지난 2011년 사망 사건들이 발생한 지 5년만에 처음이다.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는 지난 2005년부터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를 원료로 제조·판매 됐었다.

PHMG는 지난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을 포함한 수 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진행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이다. 이번 롯데마트의 사과로 옥시레킷벤키저와 홈플러스·SK케미칼 등도 공식 사과·보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전략적인 사과?

롯데 측의 사과와는 별개로 롯데마트의 전격적인 사과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마트가 검찰 조사에 영향을 주기 위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롯데마트를 포함해 그 동안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에 연류돼 있는 기업들은 유해성 인지 여부를 줄 곧 부인했었다.

그런데 롯데마트가 갑자기 보상을 약속한 것은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 보려는 계산적인 행위로 비춰진다는 것이다. 지난 2월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면서 롯데마트 측도 위기감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롯데마트의 보상계획 발표가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 관련자가 형사 처벌을 통해 책임을 져야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 및 사과가 선행됐다면 사법부의 정상참작 여지가 커질 수 있다.

국내 톱 3에 드는 대형 로펌 변호사 A도 "이번 롯데마트의 사과는 이례적이다. 대기업들은 재판이 대단히 불리한 경우 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때만 자발적인 사과를 한다"며 "사법부에서는 자발적인 피해자와의 합의를 진지한 반성으로 받아들인다. 양형에서 정상참작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심판을 원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족들이 "업체들의 보상 발표와는 별개로 검찰 수사는 차질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롯데그룹의 전략적인 선택?

롯데마트의 사과와 보상 결정은 큰 그림을 그리는 그룹 차원의 선택일 가능성도 높다. 롯데 그룹은 올해 해결해야 할 일이 몇가지 있다. 먼저 제2롯데 월드 준공을 앞두고 있다. 제2롯데 월드 준공에 항상 따라가는 것은 잠실지역 교통 문제 해결이다. 서울시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수면 밑으로 내려 갔지만 석촌호수 수위 저하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 상실했던 롯데면세점 잠실점 특허 재탈환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롯데가 원하는 방향으로 매끄럽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기업이미지는 최소화 시켜야 한다. 정리할 수 있는 문제는 빨리 털고가자는 게 롯데의 입장일 수 도 있다.

한편 유통으로 성장한 롯데그룹의 경우 오너리스크를 비롯해 갑질·횡령 등등 끊임없이 사건사고가 벌어지고 있다.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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