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성 인정 5년 만에 공식 사과
유족들 “검찰 출두 앞두고 면피성”
롯데마트가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썼다 폐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100억원 안팎의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사실이 알려지고 제품의 유해성이 확인된 지 5년 만이다.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는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보상을 위해 100억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인 보상 기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 결과와 피해자 협의 등을 통해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2006년 출시된 롯데마트의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에는 폐 손상 원인으로 밝혀진 폴리헥사 메틸렉 구아디닌(PHMG) 성분이 포함돼 있었다. 2011년 보건당국이 제품의 유독성을 인정하자 롯데마트는 곧 바로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피해 보상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피해자가 발생하는 와중에도 ‘공식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인 규명과 사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 드린다”며 세 차례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의 안성우 유족 대표는 “사전에 롯데마트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언론에 먼저 흘리고 기자회견부터 연 것은 면피성 사과”라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도 “수 차례 롯데마트를 찾아가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단 한마디도 안 하더니 검찰 출두일을 하루 앞두고 사실상 검찰에 잘 보이려고 사과를 한 것 아니냐”며 “롯데마트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19일 오전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관계자 소환을 시작으로 살균제 제조ㆍ판매업체 조사를 본격화한다.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은 전체 사망자 146명 가운데 최다인 103명이 사용했던 제품이다.
검찰은 옥시의 인사담당 실무자 1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업체의 운영시스템 전반에 대해 살펴볼 방침이다. 검찰은 옥시 측을 상대로 ▦살균제 개발ㆍ판매 당시 인체 유해성 인지 여부 ▦안전성 확보 노력 유무 등을 확인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옥시는 사건 발생 후 책임 회피를 위해 옛 법인을 고의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했다는 의혹,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를 부정하기 위해 각 기관의 연구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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