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중국 등 핵 강국이 파괴력은 약해졌지만 정밀 타격이 가능한 신형 핵무기 경쟁에 나서면서 지구촌이 냉전 이후 또다시 ‘제2의 핵 군비 경쟁’시대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미ㆍ중ㆍ러의 신형 핵무기 경쟁으로 50년 이상 유지되어온 국제 사회의 핵 질서 균형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임기 내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구했으나, 다른 한편 핵무기 소형화와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 개발 등에 매달리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맞대응을 초래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각각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로 막을 수 없는 새로운 무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기존 핵탄두 소형화는 물론이고, 위력이 10메가톤 미만이어서 도시 정도 면적만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의 핵무기를 장착한 잠수 드론을 개발 중이다. 미 당국이 ‘캐논’(Kanyon)으로 이름 붙인 잠수 드론의 유사시 투입을 위해 러시아 정부는 최근 정밀 해양측량선을 파견해 미국 주요 항구 도시의 해저 지형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활강 속도가 시속 20만㎞에 달하는 HGV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HGV는 최초 발사는 기존 미사일을 통해 이뤄지지만 대기권 진입 후에는 미리 정해진 탄도 대신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도 조종을 통해 진로 변경이 가능하다. 탄도를 예측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 MD시스템이 단번에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던 냉전시대에는 상호 공멸에 대한 두려움으로 핵무기 사용을 자제했으나, 신형 핵무기는 면도날식 정밀 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전에서 사용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극초음속 무기 실험금지 선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마크 거브러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국제 사회가 ‘핵무기’라는 요정을 병에 가두는 데 실패했으며, (신형 핵무기라는) 새로운 요정들은 이제 달아날 지경까지 왔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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