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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겸업

입력
2016.04.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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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가 막막한 한 친구를 걱정했더니 꿈에 그 친구가 나타났다. 꿈속에서 친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언어의 유희에 빠져 붕붕 날고 있었다. 왜 웃는지도 모른 채 나도 따라 웃었고, 독일의 아우토반이라고 생각되는 도로를 그가 모는 차를 타고 질주하다 잠에서 깼다. 실업률이 높은 요즘 같은 때 시인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하건만, 현실에서 시를 쓰는 동업자들은 늘 결핍감을 느낀다. 일찍이 중국의 루쉰은 먹고 사는 방도를 찾아둔 다음에 예술을 하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는 잔재주를 믿고 일생을 망치는 예술가들의 위태위태한 삶을 경고했던 것인데, 나는 그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두 가지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글쟁이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한 시인은 평생 딱 한 번 가졌던 직장에서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왔는데, 이유는 책을 교정 보는 일을 맡은 그에게 회사에서 빨간색 펜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 자리를 고수하며 업무에 필요한 빨간색 펜을 직접 사 쓰거나, 달라고 하면 됐을 텐데, 순수하다 못해 융통성이라곤 없는 그는 어이없게도 극단의 행동을 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무능한 나 역시 수없이 겸업을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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