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예식 마친 이사장ㆍ총장서리
학생모임 소속 20명이 막아서
추천명단 없는 교수 선출에 불만
대학 구조조정ㆍ교단 내분 표면화
개교한 지 76년 된 진보 성향 기독교계 사학 한신대가 총장 선출 논란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표면적으론 총장 선출 과정의 정당성 다툼이지만, 그 이면엔 대학 구조조정을 둘러싼 학내 이견과 한신대를 세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내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장준하, 안병무, 문익환 등 한국 민주화운동 거목을 배출하며 ‘민주주의 요람’으로 불려온 한신대의 명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17일 한신대 및 기장 관계자 등에 따르면 개교 기념예식이 열린 15일 한신대 오산캠퍼스 교회당 앞에선 ‘한신대 공동대책위원회를 준비하는 학생모임’ 소속 20여 명이 예식을 마치고 교회당을 나서는 이극래 이사장과 강성영 총장서리를 막아서면서 수행 교직원들과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장은 교직원에 업혀 대학 본관으로 피신했고, 학생 한 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후송됐다.
이번 충돌은 지난달 31일 한신학원 이사회가 지난해 말 중도사퇴한 채수일 전 총장 후임으로 학교 구성원들이 추천한 후보 대신 강성영 신학과 교수를 선출하면서 예고됐다. 앞서 한신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는 지난달 21~24일 총장 입후보자 4명을 대상으로 학생ㆍ교수 총투표를 실시, 상위 2명인 류장현(득표율 63.6%), 연규홍(12.4%) 교수를 총장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이 투표에서 3위(10.9%)를 기록한 강 교수를 총장서리로 임명하며 갈등이 고조됐다.
당장 총학생회는 “구성원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후보가 탈락한 근거를 이사회가 분명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사진이 지난달 말 회의장 봉쇄 학생 18명을 경찰에 고발한 것도 감정의 골을 키웠다. 반면 이사회는 "학교 정관상 총장 선출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라고 맞서고 있다.
갈등에는 대학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영향을 미쳤다. 한신대는 재정난 속에 지난해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며 정원 감축 등 구조조정 압박에 직면해왔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학과 간 논의를 통해 점진적, 합리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생각이 총장 후보 선출 과정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 교단 내부 갈등이 한신대 총장 선출을 놓고 표면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채 전 총장이 기장의 중심 교회인 경동교회 담임목사로 자리를 옮긴다는 얘기가 나온 직후 기장 목회자 3분의 1에 달하는 목사 1,045명이 '1045 한신개혁 네트워크'를 결성, 투명한 총장 선출을 요구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교단 주류와 반대파 간 이견, 학생 및 교수사회 분열도 한신대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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