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qusrud 약관 24일부터 시행
집 안에서 옮겨도 1만원 부과
SKB·LGU+는 2년 전 유료화
“점유율 굳어지며 혜택 줄인 탓”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3사의 인터넷 모뎀 기기 이전 설치비가 유료화하고 있다. 사업자간 이전 설치 비용이 서로 다른 것도 소비자들 불만사항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인터넷 설치 장소 이전 요금 이용 약관의 용어 ‘구내 및 구외 이전’을 ‘댁내 및 댁외 이전’으로 변경, 오는 24일부터 시행한다. 단순히 단어만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이사 등으로 집 밖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에만 받던 1만원의 이전 설치비를 앞으로는 집 안에서 이동할 때도 받겠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모뎀을 안방에서 작은방으로 옮기는 것도 1만원을 내야 한다. 이전 설치비 면제 조건도 더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진 인터넷을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이전 설치비를 면제해 줬지만 24일부터는 1만원씩 받는다. 이전 설치비는 고객이 설치해 준 기사에게 직접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달 요금에 합산돼 부과되는 만큼 고객이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약관 속 용어를 바꾸고 비용 면제 조건을 삭제하면서 요금을 슬쩍 인상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3사는 이전 설치 비용을 받지 않았다. KT가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51.8%(2013년 12월)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약세인 SK브로드밴드(29.4%)와 LG유플러스(18.8%)가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벌일 땐 설치비 면제 등 각종 혜택이 늘어났다. 그러나 세 회사의 점유율이 점차 ‘5대 3대 2’로 굳어지면서 사업자들은 이전 설치비와 같은 부대 요금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전 설치 요금을 전혀 받지 않다가 시장이 안정되기 시작한 2014년 말부터 통신사들이 요금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2014년 말부터 집 안에서의 이전 설치의 경우 1만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
인터넷 사업자 3사는 설치 기사 인건비로 인한 가격 정상화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업자들 사이에서 요금이 2배나 차이가 나는 문제도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사로 인한 이전 시 2만원을 받는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댁외 이전 비용(1만원)의 2배다. 통신사 관계자는 “이전한다고 해서 기존에 설치돼 있는 인터넷망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설치 기사는 이전하는 지역으로 1번만 출동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LG유플러스는 사업자간 전략 차이라고 해명했다. 이전 설치 비용이 높은 대신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경쟁사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월 요금이 1만9,000원으로 KT와 SK브로드밴드보다 1,000원 낮다”며 “요금을 낮추고 부대 비용은 정상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요금이 바뀔 수는 있지만, 민원이 제기되거나 가격 책정에서 부당성이 의심된다면 세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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