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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맥주보이’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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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맥주보이’를 허하라

입력
2016.04.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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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을 즐겨 찾는 마니아들이라면 올 시즌 달라진 풍경을 눈치챘을 것이다. 15kg에 이르는 맥주통을 둘러메고 야구 경기가 열리는 3시간여 동안 관중석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생맥주 이동판매원이 보이지 않는다.

‘치맥(치킨과 맥주)’이 야구장 먹거리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으면서 일명 ‘맥주보이’ 또는 ‘맥돌이’라 부르는 이들 청년들 역시 야구장의 명물이었다.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않는 대로, 안타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관중들은 “여기요”를 외치며 권총처럼 생긴 호스로 즉석에서 쏴 주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들이켰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 시즌부터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이상 식약처)가 관련 법률을 검토한 끝에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규제하기로 했다. KBO도 어쩔 수 없이 ‘맥주보이’들의 주무대인 잠실, 수원,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이 같은 방침을 전달했다.

국세청과 식약처가 ‘맥주보이’를 퇴출시킨 이유는 주류를 허가된 장소에서만 팔아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한 것. 현행 주세법에서는 유흥음식업자나 소규모 맥주제조업자(수제맥주집) 등은 ‘영업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에게만 술을 팔 수 있다고 돼 있다. 야구장 내 이동 판매를 ‘배달 행위’로 간주한 것이다. 아울러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할 수 없는데 이동식 판매와 야구장의 특성상 나이 확인이 어렵다는 것도 이유다.

구단 입장에서는 매점 임대료와 무관한 ‘맥주보이’들의 활동 제한에 대해 특별히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관중들은 불편해졌다. 이제 맥주 한잔을 먹으려 해도 관중석을 빠져 나가 구장 내 매점이나 편의점까지 이동해야 한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야구장이라는 특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똑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LG 관계자는 “맥주 판매원들이 왜 사라졌는지 관중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야구 선진국인 일본과 미국에서도 ‘맥주보이’는 야구장 문화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KBO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야구장에서 맥주와 함께 핫도그를, 일본에서도 맥주와 도시락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야구장 전체를 특례 지구로 지정해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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