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의 전초전인 4ㆍ13 총선 이후 ‘야권 잠룡’들의 행보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총선 당시 링 밖에 머물렀던 이들이 측근 챙기기로 원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을 두고 본격적인 대권 쟁탈전을 앞둔 몸풀기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번 총선에서도 등판을 끝내 고사했지만 측면 지원한 후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며 세를 과시했다. 더민주 뿐 아니라 국민의당에서도 김성식(서울 관악갑) 후보가 당선돼 야권에 폭 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된 손 전 고문은 당선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어려운 일을 잘 치러냈다”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고문은 또 19일 서울 수유리에서 열리는 4ㆍ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칩거 중인 전남 강진에서 상경, 기념식 후 ‘손학규계’당선인 등과 회동을 가질 계획이다. 야권의 선전으로 당분간은 나설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복귀론이 유효한 만큼 향후 정국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손 전 고문의 측근 의원은 “대선주자에게 국회 내 지원세력이 중요한 만큼 후일을 도모하기 유리해 진 것은 틀림없다”고 전했다.
광역단체장으로서 총선정국에서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각 지역 당선자들과의 오찬을 통해 원내와의 스킨십 강화에 나선다. ‘박원순 키즈’의 국회진출에 실패한 박 시장은 친분 있는 인사들을 특별 관리할 방침이다. 박 시장 측은 서울시당 산하의 ‘박원순지키기특별대응팀’의 박홍근 서영교 신경민 의원이나 비례대표의 이재정 제윤경 이철희 당선인을 가까운 인물로 꼽는다. 박 시장은 내부의 세 확장과 동시에 시장으로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권후보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안 지사의 경우 측근들의 잇단 국회 입성으로 대권을 향한 원내기반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안 지사는 개표방송을 직접 지켜보며 정재호(경기 고양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거는 등 측근들의 당선을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보가 ‘대권용’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현재 야권의 대표적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는 안 지사로서는 관계설정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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