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 직장 여성들처럼 직장일과 가사ㆍ육아의 이중 부담으로 우울감에 시달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일ㆍ가정의 양립이 더 이상 여성들만의 고민이 아닌 것이다.
1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성인기와 노년기별 기혼남성 근로자의 일ㆍ가정 양립 어려움과 우울, 자아존중감의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일ㆍ가정 양립이 어려울수록 자아존중감이 떨어지고 우울감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복지패널 9차년도(2014년)조사에 참여한 기혼 직장 남성 3,1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보고서는 “기혼 남성들이 여성의 영역이라고만 여겼던 가사노동과 양육에 대한 새로운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며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더욱 활발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내의 근무시간이 길수록 남편의 우울증상이 높아진다는 다른 연구도 일맥상통한다. 윤진하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등이 2007~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부부 1만6,112명을 대상으로 우울 정도를 분석한 결과 아내가 무직일 때 우울한 남편은 7.1%에 불과했지만 아내의 근무시간이 주 40시간 미만일 때 10.7%, 주 50시간 이상 60시간 미만일 때 11%, 주 60시간 이상일 때 13%로 증가했다. 이와 달리 아내는 남편이 주 40시간 이상 50시간 미만으로 적당한 시간 동안 일할 때 가장 우울증이 적었고 그보다 적게 일하거나 많이 일하는 경우 모두 더 우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경우 아내가 무직일 때보다 장시간 일할 때 가사 부담이 커지고 자존감이 떨어져 우울감이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진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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