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의 장시간 환자 방치, 의료진의 퉁명스런 태도, 잘못된 진료비 청구….
한국에서는 이런 일을 당하면 꾹 참거나 고작 소극적 항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고객 만족에 실패했다’며 진료비를 돌려주는 병원이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소매 상점에서는 일상화한 ‘불량품의 무조건 환불’ 규정이 마침내 의료 서비스업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며 이달부터 ‘불량 진료’ 환불제도의 공식 도입을 선언한 펜실베니아 주 가이징어 종합병원 사례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데이빗 파인버그 재단 최고경영자(CEO) 결정으로 시범 운영되던 ‘불량 진료’환불 제도가 이달부터 전체 병원에서 시작됐다. 구매 영수증만 있으면 불량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환불해주는 제도가 정착된 미국이지만, 병원에서 이 제도를 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이 병원은 의료진과의 면담에서 위안을 얻지 못해 울음을 터뜨린 환자에게 지난 2월 위로금 명목으로 210달러가 지급됐다. 또 변기에 소변이 묻어 있고, 화장지도 없는 화장실로 안내 받아 분노한 환자에게 785달러가 환불되는 등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시범 기간 중 총 74명 환자에게 8만달러(9,600만원)가 ‘불량 진료’ 환불금 명목으로 지급됐다.
악덕 환자들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해 당초 이 병원 참모진이 반대했던 이 제도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유타대 병원이 유사한 시스템의 도입 검토에 나섰다고 전했다. 또 최근 미국 종합병원 CEO 모임에서도 ‘불량 진료’ 환급 등과 같은 과감한 고객만족 보장 방안이 뒤늦게 주목 받은 것을 안타깝게 여기는 목소리가 많았다.
파인버그 CEO는 ‘불량 진료’ 환급이 궁극적으로 병원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건당 20달러, 최고 수 천달러인 환급금 지급으로 병원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서비스 사각지대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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