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직후부터 테러 자금 지원 의혹
美의회, 외국정부 조사 허용 입법 추진
발끈한 사우디, 자산 처분 등 보복 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자신들을 9.11 테러 배후로 추정하는 입법에 나설 경우 800조원에 달하는 미 국채 투매 폭탄을 터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사우디가 취할지도 모를 경제 보복의 파괴력 등을 우려해 대 의회 로비에 전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5일 아델 알 주베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이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 미 의회와 백악관에 강경 입장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적극적인 대 의회 입법저지에 나섰으며, 사우디의 압박을 둘러싸고 미국 의원들과 국무ㆍ국방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가 격렬 저지에 나선 법안은 1976년 제정된 법과 관련됐는데, ‘미국 내 소송에서 외국 정부의 면책특권을 인정한다’는 규정을 테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9.11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에 대한 사우디 정부 혹은 왕가의 자금지원 의혹 조사가 진행될 수 있고, 테러 희생자 유족들이 사우디 왕가나 은행, 자선단체 등을 고소할 수 있게 된다.
미국에서는 9ㆍ11 테러 조사 진행 과정에서 테러범 19명 가운데 15명의 출신 국가인 사우디가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미국 상ㆍ하원 합동 조사 보고서에서도 사우디 정부와 테러범들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는 정보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해당 내용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새 법안 시행으로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기 전에 사우디가 보유한 7,500억달러(861조원) 규모의 미국 재무부 채권을 일시에 시장에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자산도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다. 물귀신 작전과 다름없는 이 조치가 실제로 이뤄질 경우 미 국채 가격이 급락, 미국은 물론이고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적 피해 이외에도 미 법정에서 외국에 대한 면책특권이 부인될 경우 사우디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미국 정부나 국민에 대한 면책특권을 축소할 수 있다는 논리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20일 사우디를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살만 사우디 국왕 및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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