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세계를 접수한’ 두 한국인으로 꼽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15일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김 총재가 모처럼 워싱턴을 방문한 반 총장을 위해 세계은행 본부 1층에서 환영 행사를 마련하고 세계 빈곤퇴치와 개발도상국 발전에 기여한 반 총장을 추켜 세우며 손을 맞잡았다.
이날 행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차총회에 맞춰 열리기는 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올해 말 퇴임하는 반 총장을 위한 김 총재의 환송회를 방불케 했다. 연차 총회에 참석한 각국의 주요 재무장관도 참석했는데, 반 총장이 김 총재와 함께 아프리카ㆍ중동의 오지를 방문했던 특별 비디오를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영상물에는 빈곤 퇴치와 난민 문제 해결 등에서 두 사람이 적극적으로 협력한 세월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김 총재는 자신이 반 총장을 평소 ‘선배님’으로 부른다고 밝힌 뒤, 반 총장을 겸손, 근면,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치켜 세웠다. 또 반 총장이 없었다면 지난해 12월 타결된 파리 기후협정도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겸손하지만, 문제 해결과정에서는 각국 정상들에게 조용하면서도 강한 톤으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반 총장도 김 총재와의 끈끈한 관계를 부각하고 그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반 총장은 “우리 사이를 21세기 용어로 ‘브로맨스’(Bromanceㆍ이성애자 남성 간의 우정을 뛰어넘는 수준의 긴밀한 관계)라고 부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깊고 넓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여러 ‘첫 번째 사례’들을 만들었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가 (아프리카 등지를) 공동 방문한 것도 우리가 처음”이라면서 “두 기구의 60~70년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총재의 총재직 연임에 보탬이 될 말도 잊지 않았다. 반 총장은 “내 후임이 누가 되더라도 세계은행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올 연말 당선될 경우, 미국 몫인 세계은행 총재에 김 총재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주변의 전망이다.
두 사람은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들에 대해 나눴던 농담도 소개했다. 반 총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두 한국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네’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래서 내가 웃으며 ‘그럴 수도 있지만, 김 총재는 한국계 미국인이라 미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고 나는 한국 출신이지만 유엔 여권을 소유하고 있다’고 답해줬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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