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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무대, 명불허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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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는 무대, 명불허전의 노래

입력
2016.04.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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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가면 무도회'. 수지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가면 무도회'. 수지오페라단 제공

주ㆍ조연 할 것 없이 각 파트의 아리아가 끝날 때마다 홀린 듯 박수가 이어진다. 리카르도의 첫 아리아 ‘다시 그녀를 만나’에서 다소 조용했던 객석은 울리카의 힘 있는 아리아 ‘어둠의 왕이여, 내려오라’에서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해 극이 진행될수록 더 뜨거워졌다.

수지오페라단이 15~17일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가면무도회’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은 화제작이다. 최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최고의 리카르도’라는 극찬을 받은 프란체스코 멜리를 비롯해 역시 리카르도로 유명한 테너 마시밀리아노 피사피아, 소프라노 임세경, 바리톤 김동원까지 출연진에 포함됐다.

16일 피사피아, 임세경, 김동원 캐스팅으로 본 공연에서 피사피아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충신의 아내 아멜리아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을, 탁월한 연기로 극 중 상황에 따른 심경 변화를 나타냈다. 카리스마에 비해 다소 약한 발성은 아쉬웠지만 3막 아멜리아를 남편과 함께 떠나보내기로 결심하는 아리아 ‘그대를 영원히 잃어야 한다면’에서 연륜에 맞는 기품을 보여주며 관객 환호를 이끌어냈다.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난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오페라다. 배경을 17세기 말 미국 보스턴으로 옮겨 보스턴의 총독 리카르도와 친구 레나토, 레나토의 아내인 아멜리아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매력적인 테너 아리아와 오페라에서 보기 드문 ‘신사’ 캐릭터까지 갖춰 ‘남자의 오페라’로 불린 작품이지만 이 날 만큼은 아멜리아 역의 임세경이 빛났다. 지난해 8월 세계 최고의 오페라 페스티벌 중의 하나인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102년 만에 첫 한국인 ‘아이다’ 주역으로 발탁되며 전성기를 맞은 임세경은 힘 있는 고음으로 드라마틱한 선율을 소화하며 무대를 이끌었다. 2막에서 리카르도와 사랑의 이중창에서 담백하고 청량한 음성으로, 3막에서 죽기 전에 아들을 한 번만 안아보게 해달라고 남편에게 애원하는 아리아 ‘죽을 게요. 하지만 마지막으로’에서 짙은 애수를 담아 들려주었다.

극적 긴장감을 명료하게 살린 오케스트라 연주, 17세기 미국 상황을 재현한 전통적인 무대는 무난했다. 레나토 역의 바리톤 김동원은 비통한 아리아 ‘그 영혼을 더럽힌 너’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베르디 오페라 중 여성으로서는 가장 낮은 목소리를 요구하는 점쟁이 울리카 역의 엘레나 가브리는 폭발적인 성량과 강렬한 연기로 짧은 출연량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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