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서울 도심 곳곳에서도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종일 이어졌다.
‘4ㆍ16가족협의회’와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는 16일 오후7시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 약속 행동 문화제’를 열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하늘에선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경기 안산과 전남 팽목항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가하고 올라온 유가족을 포함한 1만2,000여명(경찰추산 4,500명)의 시민들은 노란 우비를 쓴 채 광장을 빼곡히 채웠다. 광장에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이 건너편 세종문화회관 계단을 가득 메울 정도로 시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희생자들을 위한 묵상으로 시작한 문화제는 가수, 시인들의 추모 노래와 추모 시 낭송이 이어지면서 엄숙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예은 아빠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을 시작으로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유 집행위원장은 “오늘 강한 비바람 같은 어떠한 시련이 닥치더라도 함께 버티며 이겨내자”며 “세월의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길에 저희 피해자의 가족들이 변함없이 중심을 잡으며 가장 앞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위원은 “정부는 6월말까지 세월호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을 빼낼 생각을 하고 있다”며 “오늘뿐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4월16일이니 여러분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참석자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표창원 국회의원 당선자와 도종환 의원 등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박 당선자는 발언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언제 어디서나 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며 “이번 총선에서 여러분이 보여주셨던 강력한 힘이 다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하라” “특별검사 실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화제뿐 아니라 서울 시내 곳곳에선 세월호 2주기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4ㆍ16세월호 대학생준비위원회 소속 대학생 등 7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4ㆍ16세월호 2주기 전국대학생대회’를 열고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대회는 참사를 겪은 단원고 학생과 동갑인 새내기 대학생들이 추모 발언을 하며 시작됐다. 발언자로 나선 단원고 희생자 2학년6반 이영만군의 친구인 전우란(19)양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많은 친구가 나와 같이 대학생활을 했을 것”이라며 “왜 배가 침몰했고 왜 친구들이 죽어야만 했는지 진실을 알아야겠다”고 호소했다. 올해 새내기 대학생인 김수진(20)씨도 “소중한 꿈과 함께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은 사라졌고 나는 친구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며 “앞으로 가만히 앉아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 가족의 발언도 이어졌다. 발언 내내 울음을 참지 못한 단원고 2학년1반 박성빈양의 언니 가을(24)씨는 “지난 2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생에게 미안해 내 스스로 행복해선 안 되고 즐거운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젠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져선 안 되겠다”며 “진실을 알기 위해 행동할 것이고 여기 모인 대학생들이 새로운 바람이 되어 세월호의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대학생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다. 회사원 박종현(38)씨는 “대학생들과 유가족의 발언대로 세월호의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질 필요가 있다”며 “비 오는데도 이렇게 모여 추모를 하는 모습이 짠하다”고 말했다.
발언을 마친 대학생들은 ‘세월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대학생이 앞장서자’는 구호를 외치며 마로니에 공원에서부터 종로5가, 보신각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총 3.2㎞를 행진했다.
이외에도 서초구 강남역 인근과 용산구 서울역 등 시내 곳곳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와 걷기대회가 열렸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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