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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유럽ㆍ아시아 부문을 인수했던 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가 8년 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니혼게이자신문 등 외신은 12일 노무라증권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최대 1,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유럽 내 증권사업 대부분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노무라 유럽 지역 직원 수가 3,400여명, 미국 지역이 2,500여명이니 미국과 유럽에서 고용한 직원 6명 중 1명을 해고하기로 한 것입니다. 노무라 측은 “미국ㆍ유럽에서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해 비용을 크게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구조조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2008년 노무라 증권은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을 목표로 같은 해 9월 파산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아시아ㆍ유럽 부문을 사들였습니다. 인수 금액은 유럽 부문의 경우 전직원 고용 승계 조건으로 단돈 2달러, 아시아 부문은 2억2,500만 달러(약 2,600억원)였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에 저 정도 인수금액은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을 겁니다. 특히 자기자본이 11조원에 달하는 노무라 증권에게는 말이죠.

그러나 리먼브라더스 인수 이후 미국과 유럽에 재정위기가 찾아오면서 급격히 몸집을 불린 해외 부분은 오히려 독이 됐고, 실적 역시 악화됐습니다. 2010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에 678억엔을 기록했던 노무라증권의 순이익은 다음해 287억엔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2011년에는 경영효율화를 위해 유럽 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380명을 감원했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자 이번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먼브라더스 유럽ㆍ아시아 사업부문 인수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낳았고 노무라증권 경연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트렸다”고 평했습니다.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만약 2008년 당시 리먼브라더스를 산업은행이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리먼 브라더스 파산당시 부실채권ㆍ전환주식 거래담당 부사장이던 로렌스 맥도널드가 2009년 출간한 ‘상식의 실패’를 보면 실제로 산은은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꽤 적극적이었습니다.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낸 민유성 당시 산은 회장은 2008년에만 세 차례(주당 23달러ㆍ18달러ㆍ6.4달러)에 걸쳐 지분인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길어지고 “달러가 부족한 마당에 산은이 수십억달러를 리먼브라더스 인수에 쓰는 게 맞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산은은 그해 9월 10일 리먼브라더스 인수 협상 중단 발표를 했습니다. 5일 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습니다. 노무라 증권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한 건 파산 이후입니다.

리먼브라더스를 산은이 사들였다면 뉴욕 증권시장에 진출하고, 당시 미국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의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리먼브라더스 인수 이후 예상과 달리 큰 어려움을 겪는 노무라증권을 보면서 자꾸 되묻게 됩니다. 산은이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했다면 정말 어떻게 됐을까요.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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