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위의장→원내대표→비대위원장
경선도 치르지 않고 1년새 쑥쑥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 지도부가 와해하면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상시국을 타개할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선거를 치르지 않고 원내사령탑과 대표급 지위에 오른 그를 두고 “원유철이 아니라 운(運)유철”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2일 당시 4선이었던 원 위원장은 유승민 원내대표 후보와 조를 짜 정책위의장에 당선, 원내지도부에 입성했다. “청와대와 건강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겠다”던 그의 일성은 몇 달 뒤 유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 찍혀 사퇴하자 친박계 입장을 대변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는 최고위에 있던 친박계 지도부의 합심으로 7월 14일 원내사령탑으로 추대됐다. 그러고 나서 9개월이 지난 14일 김무성 대표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이번에는 비대위원장 자리에 올랐다. 2011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맡았던 사실상 당 최고 수장 자리다. 불과 1년 새 당 정책위의장에서 대표급 지위로 수직 상승한 셈이다.
당 안팎에선 ‘워터게이트’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하자 부통령으로 있다가 그 자리를 승계한 포드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란 평도 나온다. 포드 전 대통령이 부통령이 된 것도 전임자인 스피로 T. 애그뉴가 뇌물 사건에 연루돼 사임하자 닉슨 대통령이 하원 공화당 대표였던 그를 후임 부통령으로 지명한 데 따른 것이었다.
원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 당선돼 정갑윤, 심재철, 정병국, 이주영 의원과 함께 5선 고지에 올랐다. 이들은 서청원 의원(8선), 김무성 대표(6선)를 제외하면 최다선 그룹이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