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61명…50% 차지
“TK 중심 진박 전략공천 탓”
비박은 19대 72명→45명
김무성계도 불과 10명가량
20대 총선 결과 새누리당에서 친박계가 원내에 대거 입성하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박계 의원들이 친박계를 수적으로 앞섰던 19대 국회와는 역전된 상황이다. 공천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거셌던 ‘보복공천’ ‘표적공천’ 논란이 현실로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가 4ㆍ13 총선에서 당선된 새누리당의 지역구(105명)와 비례대표(17명) 당선자 122명을 계파 별로 집계한 결과 친박계가 절반인 50%(61명)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선자들의 성향은 여권 사정에 정통한 당직자와 보좌진의 의견을 물어 정리했다. 부당 컷오프(공천배제)에 반발해 탈당 사태가 있기 직전을 기준으로 친박계 비중이 40%(63명)였던 19대 국회 때보다 늘어난 수치다. 공천 파동에서 비롯된 민심 역풍으로 당은 4ㆍ13 총선에서 대패했지만, 친박계는 나름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이는 친박계가 당의 탄탄한 지지기반이자 텃밭인 대구ㆍ경북(TK)을 중심으로 ‘진박 신인’들을 전략공천(우선ㆍ단수추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서는 “잘못은 친박계가 하고 화살은 수도권의 비박계가 맞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TK를 중심으로는 정종섭, 추경호, 곽상도, 김정재, 장석춘 당선자 등이 진박(진실한 박근혜 사람들) 신인으로 원내에 진출하게 됐다. 수도권에서도 민경욱 당선자를 비롯해 김선동, 주광덕 전 의원이 있다. 현역 친박계 의원들도 다수가 재 입성에 성공했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이 8선으로 최다선 고지에 오르게 된 것을 비롯해 이주영, 정갑윤, 유기준, 최경환, 조원진, 이장우, 김태흠 의원 등이 줄줄이 당선됐다.
반면 비박계 비중은 총선 직전 46%(72명)에서 20대 국회에선 37%(45명)로 줄었다. 그 중에서도 서울 등 수도권의 성적이 처참했다. 옛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탈당) 의원, 개혁성향의 정두언 의원 등 비박계의 구심이 될 만한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유승민(탈당) 의원과 가까운 측근 의원들 역시 경선에서 탈락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당선된 이는 부산 금정의 김세연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
역시 비박계 중 김무성계는 공천에서 대부분 살아남았지만, 본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핵심 측근이던 박민식, 서용교 의원을 비롯해 중진 황진하 의원과 김을동 최고위원이 탈락해 당선된 이들은 원내외를 합쳐 약 10명 정도에 불과하다. 중립 성향의 의원들은 19대 14%(22명), 20대 13%(16명)로 비슷했다.
여권에선 20대 총선 이후 친박계가 당내 다수를 차지하게 됐지만, 상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공천을 주도한 19대 국회 초반에는 사실상 친박계가 압도적이었지만, 이후엔 다수가 비박계나 개혁성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원내대표 경선에서 줄줄이 비박계인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대표,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친박계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게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선 “배지를 달아준 대통령을 배신한 반란”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더구나 2017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여권의 구심력은 현재 권력인 박 대통령보다는 미래 권력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4ㆍ13 총선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 역시 친박계의 입김이 19대 때와 같을 수는 없으리라는 전망을 뒷받침한다. 친박계가 수적으로는 우세하더라도 이르면 5월 말~6월 초 치러질 조기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당 대표가 당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천파동 때 당에서 떠밀려나간 유승민 의원이 복당해 개혁 깃발을 들면 당에 급속히 세대교체 바람이 불어 닥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쇄신하지 않으면 자멸로 간다는 위기감에 의원과 당원들이 중립 성향이나 개혁파 당 대표를 뽑는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친박계가 친박계라는 이름표를 스스로 부담스러워 하는 사태가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곽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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